[월영지] 평범함을 위하여
[월영지] 평범함을 위하여
  • 박수희 기자
  • 승인 2019.06.0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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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an. ‘평균, 보통, 평범’이라는 뜻으로 많이 알려진 영어 단어다. 이 단어는 ‘비천한, 누추한’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 이 영어 단어 뜻대로라면 평범함은 곧 비천하고 누추한 게 된다. 대체 왜 평범함이 비천하고 누추한 부정적인 단어와 함께 쓰여야 하는 걸까? 요새 평범한 삶을 추구하는 나로선 이해가 되질 않았다.

  사실 사람들은 평범하기보단 특별하길 원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 사람들은 모두 특별하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다. 평범한 사람은 어디에서나 튀지 않는다.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그저 그 상황에 잘 녹아든다. 일상에 커다란 변화나 고난 등이 나타나지도 않는다. 그냥 평소와 마찬가지로 잔잔한 물결처럼 조용히 흘러간다. 대인관계에서도 크게 문제가 없다. 남들이 하는 만큼 딱 그만큼만 겪는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다. 나는 앞서 말한 거처럼 요즘 이런 평범한 삶을 꿈꾼다. 나는 어쩌면 매너리즘에 빠지고 싶은 거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각기 다른 이유로 주목받으며 살아왔다. 나 역시 그랬다. 남들과 달리 태어날 때부터 목을 가누었고 또래보다 이해가 빨랐다. 말도 빨랐고 어휘구사력도 좋은 편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히 어렸으니까 배움이 빨랐던 거에 불과했는데 주위에선 나에게 엄청나게 기대를 걸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물론이고 육촌 친척에 옆집의 친척까지. 아주 다양하게도 나를 구경하러 왔었다. 예전에 받은 상장은 당연한 것이 되어 있었고 다음번엔 더 큰 걸 요구했다. 내가 부탁한 적도 없는데 먼저 기대하고 내가 그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면 멋대로 실망했다. 엄마에게 억울해서 투정을 부렸는데 돌아오는 말은 황당했다. “그러게, 왜 눈에 띄는 짓을 했어.” 왜 자기들에게 기대를 하게 했냐는 그 말엔 원망이 살짝 서려 있었다.

  고등학교 입시 시절 친척들은 실망이 컸던지 내 눈앞에서 비난하기까지 했다. 겨우 그거밖에 못 가냐는 날 선 눈빛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오고 또 눈에 띄는 일을 하자 금세 다시 기대를 걸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젠 지긋지긋하고 지겨웠다. 내 허락도 없이 멋대로 기대해 놓고 그들이 가지는 실망과 비난을 왜 오롯이 나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매일 무슨 일이 생길지 전전긍긍해 하는 내 모습을 보이기도 싫고 어쩌다 조용한 날 폭풍전야일까 봐 불안해하는 내 모습이 너무나도 싫다. 그런데도 일을 시작하면 끝장을 보고 싶고 완벽함에 집착하려는 행동도 이제 그만두고 싶다. 저런 특별해져야만 하는 일상 에 젖어 든 나머지 특별함을 좇으려 노력할 때마다 한숨이 나왔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봤을 때 지겨워보일지도 모르는 저런 평범한 일상을 너무나도 원한다. 쳇바퀴 구르듯 변함없고 눈에 띄지 않게 무난히 흘러가는 평범함이 갖고 싶다. 부디 평범함이 더는 부정적인 단어와 함께 쓰이지 않았으면 한다. 누군가에겐 아주 간절한 소망 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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