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2929] 시간에게 배운 것
[톡톡 2929] 시간에게 배운 것
  • 박수희 기자
  • 승인 2019.05.23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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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이 되면 마음먹은 대로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어린 시절을 견디게 했다. 초중고 학생 시절 항상 시계와 달력을 보며 저 시계 초침이 내 마음을 알아채 빠르게 달려 주기를 원했고,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길 기다렸다.

  어린 시절, 새로움을 향하는 일은 엄청난 모험이고 두려움이었다. 그때는 타인의 마음이 너무나 신경이 쓰여 항상 밤을 하얗게 지새웠고 다 같이 있을 때 의견 내기조차 어려웠다. 이런 미숙했던 과거는 성인이 되면 싹 다 사라질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 달랐다.

  나는 여전히 두렵다. 낮잠으로 반나절을 보내고 일어나면 막막하고, 할 일을 다 끝내지 못한 채 아침을 맞이 하기가 무섭다. 내가 누군가의 ‘행동’이 싫다고 말하면 그가 나 ‘자체’를 싫어할까봐 두렵고, 외로움이 마음을 갉아먹는 걸 지켜보면서 그렇게 참는 일만이 어른스러운 거라고 위안하는 일이 무력하다. 마음만 먹으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마음을 먹어도 할 수 없는 일이 여전히 존재했다.

  항상 다짐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그런 어른이 되어버렸다. 한심해 보이기만 할 뿐, 어린 시절 생각한 그런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 아니었다. 항상 다른 사람에게 좋게 보이려 애를 썼고 부탁하면 거절하지 않고 흔쾌히 들어주었다. 좋고 싫고를 말하지도 못한 채 묵묵히 시간은 흘렀다.

  시간은 정말 잔인하다. 내 마음 하나 몰라주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떠나버리기에. 학생 때는 항상 시계를 쳐다보며 시계가 빨리 달리기를 소망했다면, 지금 20대인 나는 빈껍데기만 남지 않도록 조금이나마 시간이 느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답답함만 커져가고 가슴 아파하는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다.

  우리는 아직 한없이 어리고 무모한 나이다. 그렇기에 바뀔 수 있다. 나는 미운 사람이 생기면 미워하고, 싫은 일은 싫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표현하지 않고 혼자 쌓아두기만 하는 일이 제일 안 좋은 습관이라는 걸, 시간이 말해줬다. 한때는 나를 설레게 하고 때로는 슬프게 했던 시간이 사실 계속 말해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남은 성장을 뜻하게 되고 어리고 여리기만 했던 마음에 시간이라는 작은 물방울들이 조금씩 모여 성장해갔다.

  자기밖에 모르고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멈춰 서던 일. 괜히 거기에 끼어서 ‘내가 예민한 걸까봐, 누군가에게는 나도 그런 사람이겠지’ 하고 모든 것을 좋게 넘기려고 한 일. 그런데 그게 도무지 그저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이 모든 것들을 그만해야 한다는 다짐을 했다. 괜찮다. 조금 예민한 사람으로 남는 일, 오롯이 내 모습 그대로 남는 일. 나는 오늘도 시간에게 배운다.

김나리(국어교육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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