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나는 아직 옛날 흔적이 그립다
[월영지] 나는 아직 옛날 흔적이 그립다
  • 박수희 기자
  • 승인 2019.05.08 17:34
  • 댓글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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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내가 꿈꾸던 집에는 언제나 서재가 존재했다. 나는 나만의 서재를 갖고 싶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책장에 빼곡하게 책들이 꽂혀있고 책상과 스탠드, 쉴 수 있는 침대가 반기는 그런 공간, 문을 열면 새 책 냄새와 오래된 책 냄새가 가득한 그런 공간. 언젠가 그런 서재를 가지리라 다짐하며 책을 모으고 또 모았다. 이 때문에 지금 우리 집은 책장이 벽을 대신한다.

  최근 새 책을 사려 책 소개 게시물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그러던 중 흥미로운 책을 한 권 발견했다. 사려고 주소창을 눌렀는데 나타난 페이지는 낯설었다. 그 페이지는 책 주문이 아니라 책 대여를 받았다.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이었기 때문이다. 전자책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그 간편함을 즐기며 한가한 시간에 전자책을 자주 이용하곤 했다. 하지만 종이책 하나 없이 전자책으로만 발간하는 책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긴 어려웠다.

  어린시절 우리 집은 5분 거리에 도서관이 있었고 나는 부모님과 함께 서점으로 자주 놀러 다녔다. 책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종이 한 장 한 장이 넘어갈 때 나는 그 특유의 사부작거림과 펄럭거림 소리와 은은한 종이 냄새. 모든 것이 좋았고 행복했다. 내 유년 시절을 한 단어로 설명하라면 종이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도 읽었었다. 그래서 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갈수록 종이책은 줄어들고 전자책 발행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부정하고만 싶었다.

  분명 2000년대에 비해 지금 우리나라는 너무나도 발전했고 기술력 역시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불편한 점이 있거나 오래된 것들은 없어져 역사에 기록되거나 변화를 거듭해 더 나은 모습을 보인다. 세상이 발전함에 따라 그런 변화 역시 당연한 일이고 우리가 적응해야만 한다는 걸 안다. 실제로 휴대폰 같은 경우엔 신기능이 담겨 있지 않으면 아쉽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다. 더 좋은 기능이 담겼으면, 좀 더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가끔 그런 부분이 아쉽게 다가온다. 발전하지 않아도 가치를 가지며 그 자체만으로도 향수를 불러일으켜 우리에게 추억과 행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학보는 전자 학보와 홈페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나는 옛날 종이 학보가 그립다. 심지어 나는 종이 학보를 발행할 때 활동하지도 않았다. 다만 가끔 선배들이 종이 학보를 떠올리면서 행복해하고 추억하는 모습이 그렇게도 부러울 수가 없었다.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걸 알지만 드문드문 학보로서 정체성이 없어졌다는 생각이 가끔 들어 속상할 때도 많다. 타 대학 종이 학보를 볼 때면 더더욱 아쉬움이 느껴진다.

  종이책, 종이 학보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뿐만 아니라 나는 옛날 흔적들이 몹시도 소중하고 그립다. 세상이 발전하고 편리함을 추구해도 그 옛날 흔적들을 한편으론 지켜나갔으면 한다. 없어진 뒤 기록에서 그 흔적을 찾지 말고 바로 옆에서 그 흔적들을 찾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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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대생13 2019-05-22 12:28:41
저도 가끔 옛날이 그리울때가 많습니다. 그때만 느낀수있었던 소소한 것이 아쉬울때가 많더라고요

thgnl00 2019-05-22 14:26:50
좋은 글이네용

월영지 금붕어 2019-05-22 14:47:58
쓰레기좀 던지지 마세요!

정주현 2019-05-20 10:26:01
첫 입학했을때의 월영지와 지금의 바뀐 월영지를 보며
변하지 않고 유지되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지윤 2019-05-20 10:43:31
옛날과 바뀌지 않는 월영지를 보며 유지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소중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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