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우리는 학보로부터 왜 벗어나지 못할까
[월영지] 우리는 학보로부터 왜 벗어나지 못할까
  • 박수희 기자
  • 승인 2019.03.2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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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원은 늘 마음 한구석에 사직서를 간직하며 일을 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늘 회사를 때려 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진 못한다. 회사원들과 그 무게는 다르겠지만 우리 기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그만두고 싶고 왜 아직도 이곳에 남아있는지 후회하곤 한다. ‘그만둔다.’는 기자들 사이에서 단골 대화거리일 정도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학보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

  바로 학보 때문이다. 최소한 나는 그렇다. 물론 후배 걱정 같은 다른 이유도 무시하진 못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바로 학보다. 수습기자부터 문화부 기자, 편집부국장, 편집국장까지. 약 2년이란 시간 동안 정이 들어버렸다. 사실 애증이란 단어가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보기 싫지만 늘 신경이 쏠려 있으니까. 1면부터 8면까지 신경 안 가는 구석이 없다. 1면부터 8면까지 완벽하게 끝낸 뒤 발간하면 그 주는 정말 행복했다. 반대로 알맞지 않은 소재가 실렸고 끝난 뒤 오타를 발견하는 등 실수를 발견하면 그 주는 정말 우울했다. 그래서 우리는 학보에 매달리고 또 매달렸다.

  그렇게 매달려도 돌아오는 반응은 냉담에 가까웠다. 학생회와의 마찰, 학우들의 무관심, 달리는 악플, 뜻이 맞지 않는 기자와의 싸움 등 내·외부적으로 문제는 발생했다. 당연한 일이라며 받아들이려 해도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고 했던가. 그건 왕관을 써보지 않은 사람이 한 말인 게 틀림없다. 그 무게가 나를 깔아뭉개고 짓누르는데 도대체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작년 학보의 목표는 변화였다. 목표를 토대로 소재 8계명도 만들고 교육도 열심히 하는 등 진보하고자 했다. 하지만 변한 건 없었다. 그때 들린 한 가지 여론이 내 마음 속에 박혀 떨어지질 않았다. “학보? 걔네 일기장 아니야?” 처음에는 너무 억울했다. 하지만 뒤에는 다 우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학보는 학우들에게 닿아야 의미가 생기기 때문이다. 학우들이 느끼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렇다면 학보는 올해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우선 더 많은 학우에게 닿을 수 있도록 홍보에 신경을 쓰려한다. 페이스북 페이지처럼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설문조사도 자주 열 계획이다. 부스에서 그치지 않고 강의실에 찾아가는 등 학보사 존재에 대해 알린 뒤 신뢰 높은 기사를 전달 할 예정이다. 또한, 홈페이지 관계자와 회의 후 홈페이지에 인터뷰 칸을 개설해 학우들 워딩을 동영상으로 제작할 것이다. 학우들 스스로 홈페이지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학우들에게 한 발짝 더 나아갈 발판이 되리라 생각한다.

  물론 예전과 달리 학보 내용에 치중하지 않겠단 뜻이 아니다. 학보 내용과 더불어 학우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학우들이 먼저 찾는 학보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이다. 우리가 아끼는 학보를 모두가 아끼는 그 날까지 멈추지 않고 달릴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학보사, 그 기틀을 지금부터 쌓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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