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설정해 놓은 새벽 5시에 울리는 시끄러운 알람 소리. 언제까지 새벽에 일어나야 하나 하는 생각과 감기 기운 때문에 30분 더 자고 일어나야 하루를 버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봄이 너무 따뜻해서 안개가 내릴 것만 같은 바람을 뚫고 출근하여 업무를 보던 중 희소식이 들렸다. 드디어 한 달 만에 듣는 그 이름은 바로 월급님. 찰나의 순간에 스쳐지나갈지어도 참으로 좋았다. 이런 것이 바로 소소한 행복이니까.
특히나 오늘은 쇠요일(일기에서는 한자의 뜻으로 요일을 작성한다.)에 월급일이니 퇴근길은 매우 가벼웠다. 그러나 발걸음만 가벼우면 뭐하나 퇴근 시간의 기온은 차갑기만 한데. 그러다가 학생들의 봄 옷차림을 보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도 짧은 치마를 입긴 입었는데 지금은 저렇게 입으면 앓아눕겠지?”
평소보다 늦게 집에 도착했지만 그래도 내일은 주말이라는 사실이 부담을 덜어주었다. 집에 오면서 마신 별다방 톨사이즈의 커피만큼. 조교라는 일을 시작하면서 목이 길어지게 기다리게 되는 건 바로 월급과 휴일인 것 같다. 아 물론 이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은 기분 좋을 것 같으니 목욕탕이나 가서 피곤함과 감기 기운을 조금 떨궈 내어야 할 것 같다. 분명 2년 전만 해도 목욕탕을 안 좋아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조금만 몸이 쑤셔도 제일 먼저 생각난다. 그리고 돌아오면서 바나나 우유로 작은 사치를 부려야지. 분명 휴일도 순식간에 지나가고 달요병이 없는 나에게 불요병이 찾아오겠지만서도 또 주말을 갈라파고스 거북이처럼 목이 길어지게 기다리면 되니까. 일단은 내일 일정부터 정리해야 될 것 같다. 흙요일은 표현이 좀 그렇지만 요양을 목적으로 하고, 해요일은 비가 올지언정 내 외출은 못 막으니 소설책이나 사러 가야겠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면 뭐 하나 분명 이대로 지키지 않을 텐데.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는데 서점을 가서 아마도 그냥 구경만 하고 나올 듯하다. 기회비용을 만든다고 자기 합리화를 시키면서 말이다.
봄에 맞춰 찾아온 손님, 감기 덕분에 많이 피곤했지만 월급 덕분에 상쇄가 된 하루였다. 물론 이건 기분만 그런 거고 몸은 얼른 쉬어라고 아우성을 친다. 근육이 뭉친 느낌에 마땅히 형용할 말이 없다. 이럴 때 내가 자주 쓰는 말이 떠오른다.
“아이고, 환장 대잔치구나.”
일단 내일 흙요일을 어떻게 소소하고 행복하게 보낼지 생각해야겠다.
이번 주도 고생 많았어. 나 자신아.
이지은(자유전공학부 조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