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지역 인물(8)-카프문학의 거목 시인 권환(權煥,1903-1954)
이달의 지역 인물(8)-카프문학의 거목 시인 권환(權煥,1903-1954)
  • 언론출판원
  • 승인 2019.01.02 14: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환(본명 권경완) 시인은 1903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서 태어났다. 부친이 세운 경행학교에서 배운 뒤 중동학교과 휘문고보를 다녔고, 1924년 일본으로 건너가 야마가타고교를 거쳐 교토제국대학 독문과를 졸업했다.
  시인은 1924년 『조선문단』 12월호에 단편소설 <아즈매의 사死>를 실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 『신소년 』, 『별나라』, 『조선지광』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시, 소설, 아동문학, 평론, 희곡을 발표하며 다채로운 문학 활동을 펼쳤다.
  일찌감치 노동자와 농민의 편에서 민족문학의 방향을 고심했던 시인은 1929년 카프(KAPF) 동경지부에 들어가 본격적인 조직 활동을 벌였다. 같은 해 귀국하여 중외일보 기자로 몸을 담고, 카프 중앙위원 기술부 책임을 맡아 계급문학의 2차 방향 전환을 이끌었다.
  1934년 신건설사 사건으로 말미암은 카프 2차 검거 때 일제에 붙잡혀 고초를 겪었고, 1935년 카프 해체 뒤 지병인 결핵으로 옥에서 나와 긴 요양생활에 들어섰다. 시인은 광복 후 조선문학가동맹 제2대 서기장으로서 다시 열정적인 문학 활동을 시작했으나 병고가 깊어져 마산으로 돌아왔고, 1954년 마산 완월동에서 생을 마쳤다.
낸 시집으로 『카프 시인집』(1931), 『자화상』(1943), 『윤리』(1944), 『동결』(1946)이 있다.

권환의 문학정신과 권환문학제

경행재
경행재

  권환 시인은 일제 강점기와 광복기에 걸쳐 문학의 진정성과 치열성을 바탕으로 시, 평론, 소설, 희곡, 아동문학 등 문학 전 분야에 걸쳐 한국 현대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특히 카프문학의 중심에서 창작과 이론, 조직 활동에 열성을 다했고, 노동자와 농민의 삶을 대변하며 민족문학을 올곧게 실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과 문학은 냉전 이데올로기의 그늘에서 오랜 세월 잊혀졌다.
  문학을 통해 겨레 사랑의 길을 실천했던 권환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문학적 업적을 바로 세우기 위해 권환기념사업회가 만들어졌고, 2004년부터 고향인 오서리 일원에서 권환문학제가 개최되며 15회째 이어져오고 있다. 문학제의 주요 행사로는 유택 참배와 생가지 방문, 문학 강연, 좌담회, 오서리 문학길 걷기 등이 있다.
  문학제의 중심 공간인 경행재는 오서리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데, 시인의 부친인 성재 권오봉 선생이 1910년 사립 경행학교를 열었던 곳으로 지역 민족교육의 요람이자 독립운동의 산실이다. 시인의 생가 터(오서리 565)는 마을 안 진사골목이라 불리는 오래된 골목에 붙어있는데 집이 있던 자리는 텃밭으로 변했고 오래된 감나무 한 그루만이 옛집의 기억을 쓸쓸히 지키고 있다, 유택은 마을 뒷산인 보강산 기슭에 있다.


원망(願望)

발 한 걸음 말 한 마디에 만민이 머리를 숙였다 올렸다 하는 촉주재상(蜀周宰相)의 의자도 나는 싫소

누른 금덩이 하얀 은덩이가 쏟아져 나오는 노다지 광산도 나는 싫소

장미꽃 같은 어여쁜 처녀의 뜨거운 키스도 나는 싫소

공원 가운데 높다랗게 내려다보는 푸른 미상(彌像)도 나는 싫소

황금도 싫소
명예도
사랑도 나는 싫소
오직 나의 한 가지 원망(願望)은
가지고 있는 나의 피리를
마음대로 부는 그것뿐이오


가려거든 가거라
- 우리 진영 안에 있는 소小부르주아지에게 주는 노래

소부르주아지들아
못나고 비겁한 소부르주아지들아
어서 가거라 너들 나라로
환멸의 나라로 몰락의 나라로

소부르주아지들아
부르주아의 서자식(庶子息) 프롤레타리아의 적인 소부르주아지들아
어서 가거라 너 갈 데로 가거라
홍등(紅燈)이 달린 카페로
따뜻한 너의 집 안방구석에로
부드러운 보금자리 여편네 무릎 위로!

그래서 환멸의 나라 속에서
달고 단 낮잠이나 자거라

가거라 가 가 어서!
작은 생쥐 같은 소부르주아지들아
늙은 여우 같은 소부르주아지들아
너의 가면(假面)너의 야욕 너의 모든 지식의 껍질을 짊어지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대학로 7 (경남대학교)
  • 대표전화 : (055)249-2929, 249-2945
  • 팩스 : 0505-999-211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은상
  • 명칭 : 경남대학보사
  • 제호 : 경남대학보
  • 발행일 : 1957-03-20
  • 발행인 : 박재규
  • 편집인 : 박재규
  • 경남대학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2024 경남대학보.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