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보면 1997년, 대한민국이 최고의 경제 호황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때, 곧 엄청난 경제 위기가 닥칠 것을 예견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의 보고로 정부는 뒤늦게 국가부도 사태를 막을 비공개 대책팀을 꾸린다. 영화는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실제로 1997년 11월부터 우리는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고 이를 갚는 동안 뼈아픈 고통을 겪었다. 오롯이 서민들이 떠안은 이 고통은 서툴고 부정한 정부의 책임이었다. 그런데 얼어붙고 추락하는 경제를 보노라면 국가부도의 날이 떠오른다. 이제는 내어다 줄 금붙이도 없다.
적폐 청산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내세운 정부는 새로운 민폐를 낳고 있다. 벌써 피로감을 느낀다. 형평에 맞게 분배를 하려고 약자(빈자)에게 더 주려면 파이를 키워야지 제로-섬에서 재분배를 하는 것은 문제만 키우는 것이다. 복합적인 요소로 돌아가는 경제를 어설픈 작전지시로 밀어붙이면 죽어나는 것이 병졸(백성)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의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으로 전환 등은 지역이나 대상에 따라 조정할 필요가 있음에도 서둘러서, 신중하지 못했다. 대학에는 강사법이 목에 가시다. 2019년을 맞아도 암담한 여건을 보면 사면초가라는 말이 어울린다. 곳곳에서 문제가 드러나고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대안과 처방은 어설프기만 하다.
1년 전 이맘때 일부 지방대학의 총장들이 ‘대학과 도시의 상생발전’이라는 책을 발간한 적이 있고 그동안 여러 지역에서 지자체와 대학이 상생을 위한 포럼을 열고 현안문제를 논의하여 왔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우리 대학은 도시재생 프로젝트 등에 적극 참여하여왔고 대학원에 도시재생학과를 설치하였다. 우리 대학에 진학하는 대부분의 학생이 이 지역의 출신이며 지역의 경제가 부흥해야 졸업생을 취업시킬 수 있는 것이다. 영재교육, 진로교육, 각종 대학 체험프로그램, 교사 재교육 등 학생들과 선생님을 도울 적절한 방안이 있을 것이다. 지역과 연계하는 다른 많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를 총괄할 부서나 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인구 감소에 따른 학생의 부족은 평생교육과 재교육으로 대체하여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의 유치도 필요하다. 노령화로 제조업의 위기가 온다고 하지만 소득이 있는 노령층을 교육하고 보람 있는 여생을 설계하도록 도우며 학교의 수입원으로 삼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제조업에 혁신이 올 것은 분명하지만 문학, 문화, 예술, 전통산업, 관광산업 등의 분야는 노령인구들이 참여하고 주체가 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대학은 지역과 함께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 지방대학이 나아갈 길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