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없어 부를 수 없는 곳
이름이 없어 부를 수 없는 곳
  • 박예빈 기자
  • 승인 2018.12.1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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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완공을 앞두고 이름을 결정하지 못한 우리 지역 새 야구장
새 야구장 메인 조감도/ 출처: 공공누리마산 명칭 사수를 위한 현수막들
새 야구장 메인 조감도                    / 출처:   공공누리  마산 명칭 사수를 위한 현수막들

  ‘마산 명칭 사수’ 요즘 어디를 가도 보이는 현수막이다. 마산 야구 장 옆에 새롭게 짓고 있는 구장의 명칭을 놓고 일어난 갈등 때문이다. 2010년 이후 통합된 마산과 창원이지만 아직 지역 간 갈등은 없어지지 않았던 걸까? 결국 새 야구장은 두 입장 사이에서 이름을 결정 못 한 상태다. 곧 개장할 야구장 이름을 결정하지 못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알아보자. / 사회부

  “나랑 야구 보러 갈래?”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존재해도 한 번밖에 본 사람은 없다는 마성의 스포츠인 야구. 우리 지역 주민들은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마산 야구장을 방문한다.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마산 야구장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린다. 경기 시즌 동안 느껴지는 열기는 방문객이 아닌 일반 시민들에게도 닿을 만큼 뜨겁다. 그 뜨거운 열기를 나누어 가질 새 구장이 마산 야구장 바로 옆에서 개장할 예정이다. 얼마 남지 않은 개장은 팬들을 벌써 설레게 만들고 있다.

  ◆ 이름이 없는 야구장이 된 이유
  마산 야구장 옆 신축되는 구장은 2016년 5월에 착공되어 2019년 2월 완공될 예정이다. 새 야구장 설계도를 보면 관객과 선수의 상호작용이 쉽도록 건축되었다. 그곳은 내야석 비중을 높이고 계단 없이 경기장까지 진입이 가능하게 만들어진다. 생동감 있는 경기관람과 관중의 편리함을 생각해 만든 설계가 돋보였다. 오랜 시간 기다려 온 팬들에게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마무리 단계인 ‘이름 결정’에서 예상치 못한 갈등이 생기게 되었다. 
  문제는 지난달 창원시청이 홈페이지에 발표한 새 야구장 이름 후보 설문조사로부터 시작되었다. ‘창원 NC파크’, ‘창원 NC 스타디움’, ‘창원 NC 필드’가 새 구장 명칭 후보로 올랐다. 다른 의견도 받는다는 말이 나왔지만, 시민들은 공분했다. 그들은 세 후보 어디에도 ‘마산’이라는 명칭 사용하지 않았음을 문제로 지적했다. 마산을 넣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기 위해 ‘마산명칭사수대책위원회’라는 단체도 만들었다. 결국, 거세지는 반발로 인해 창원시는 홈페이지 글을 삭제하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창원시청이 던진 조그만 불씨의 화력은 멈추지 않고 타올랐다.
  마산명칭사수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창원시청에서 입장을 밝혔다. 그들은 창원시청이 낸 후보는 마산 지역 주민을 배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창원시로 통합되었다고 해서 마산의 역사는 없어 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보인다는 뜻을 밝혔다. 100년을 이어온 야구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마산이 야구장 명칭에서 빠지면 안 되는 요소라고 주장했다. 그들이 주장하는 마산의 야구 역사는 1914년 창신 학교가 구국의 뜻을 펴기 위해 야구팀을 창단하면서 시작됐다. 그렇게 마산은 야구팀을 창단하고 현재까지 이어가고 있다. 그들에게 야구는 자존심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 야구장을 놓고 일어나는 갈등
  새 야구장은 부지 선정 때부터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2013년 처음 야구장 건설이 확정되고 창원시는 의회 논의를 통해 옛 진해 육군대학 터로 위치를 선정했다. 진해 주민들은 야구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발전하는 도시에 환호했다. 그러나 터가 좋지 않고 교통이 불편해 진해 야구장은 결국 무산되었다. 최종적으로 마산이 야구장 부지로 결정이 났다. 그 소식을 들은 진해 출신 국회의원이 당시 창원시장이었던 안상수 의원에게 계란을 던지며 극에 달한 갈등을 보여줬다.
  2010년 6월 마산, 창원, 진해는 하나의 도시로 통합되었다. 각자 가지는 지역 색이 섞여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서로 다른 세 지역이 합쳐져 8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타난 시너지 효과는 이제까지 발생한 갈등에 가려졌다. 심지어 다시 마산, 창원, 진해로 나뉘어야 한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고 있다. ‘통합 창원시’라는 이름으로 합쳐진 마산, 창원, 진해. 뿌리 깊숙이 박힌 지역감정은 세 지역을 합치지 못했다. 사소함에서도 몇몇 시민들은 차별이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 까닭일까? 이런 상황에서 ‘야구장 이름’은 이렇게 또 하나의 갈등으로 남는 듯했다.

  ◆ 야구장 이름이 불고 온 바람, 갈등 해결로 불어갈 때
  ‘마산’이라는 명칭이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구장 이름에 대한 불만과 관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창원시는 ‘새 야구장 명칭 선정위원회’를 선정했다. 시의원, 언론인 등을 포함하여 8명을 미리 선정하고 페이스북 라이브방송을 통해 시민대표 5명 선정까지 완료했다. 심층적 논의를 통해 구장 이름을 결정지을 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야구장 이름에 관한 논란은 기대로 바뀌었다. 갈등은 그렇게 빠른 대처로 풀려갔다.
  지난 4일 명칭 선정위원회 위원들은 창원시청에서 만나 첫 회의를 마쳤다. 마산합포구 시민 대표로 뽑힌 이승일 의원은 “100년의 야구 역사성을 담은 마산은 명칭으로 들어가기 충분하다.”라는 의 견을 말했다. 마산이 창원시의 일원으로서 야구의 역사를 담아갈 것을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새 야구장 명칭 선정위원회’ 시민 대표로서 모두가 만족할 야구장 명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산 야구장은 시민들의 야구 사랑을 최근까지 담아왔던 곳이다. 바로 옆으로 들어서는 새 구장도 앞으로 야구팬들의 사랑을 담을 예정이다. 2019년부터 우리 지역 야구를 이끌어갈 새 둥지에서 더 뜨거운 열기를 기대한다. 또, 그 열기를 담아 전해줄 야구장의 이름을 부를 날이 어서 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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