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12월에 대하여:내 안으로부터 고요해지길
[정일근의 발밤발밤] 12월에 대하여:내 안으로부터 고요해지길
  • 언론출판원
  • 승인 2018.12.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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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당신의 책상 위에 놓여있거나, 벽에 달아놓은 달력에는 2018년 끝을 알리는 12월이 펼쳐져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소설가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 같이 남은 달력 한 장을 보면 마음이 짠해집니다. 한마가 이끄는 2018년의 역사를 담은 수레는 깊고 뜻있는 궤적을 새기며 한 해의 마지막 달에 서서 숨을 고르는 시간입니다.

  바야흐로 남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려고 분주해지는 시간입니다. 당신의 달력에는 이런저런 12월의 약속이 기록되고 있을 것입니다.

  문자대로 ‘year-end’시즌입니다. 하지만 이미 종교적으로 새해를 맞이한 분들도 있습니다. 가톨릭교회가 그러합니다. 가톨릭 달력인 ‘전제력’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새해가 시작됐습니다.

  그분들에게 세밑에 새해 인사를 전합니다.

  24절기 중 스물두 번째인 동지(冬至)인 22일 또한 새해로 칩니다. 동지를 아세(亞歲), 작은 설날이라 했습니다. 역경(易經)을 보면 12월(음력 11월)은 자월(子月)입니다. 새로운 일 년의 시작입니다. 예로부터 동지첨치(冬至添齒)라 했습니다.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먹는다.’는 말입니다.

  국민적인 새해는 양력으로 1월 1일이고, 2019년 황금돼지띠인 기해(己亥)년의 설날은 음력 정월 초하루인 2월 5일입니다. 그러니 우스갯소리로 새해를 넙죽넙죽 다 받아 챙기면 4살을 한꺼번에 더 먹는 셈입니다.

  12월이 생각하게 하는 달이길 바랍니다. 새해 초 우리가 선물 받은 그 많은 시간이 다 어디로 갔는지 아뜩해집니다. 시간을 어디에 사용하고 무엇으로 낭비했는지 헤아리고 반성해 봅니다.

  12월 달력에 남은 하루하루 역시 소중하고 의미 있는 날인데, 마치 12월은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기다리기 위해 요란하게 혹은 그저 그렇게 보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12월 앞에 경건하길 바랍니다. 저는 12월에 대하여 ‘절대자인 1 앞에 사람이 무릎 꿇고 사유하는 달’이라고 여러 번 말해왔습니다. 그래서 현명한 인디언들은 12월을 ‘침묵하는 달’(체로키족), ‘무소유의 달’(퐁카족)이라 했습니다. 고요히 침묵하는 달이며 자신이 가진 것을 이웃에 나눠주고 아름다운 빈손이 되는 달입니다.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시간들을 송년이니 망년이니 낭비해버린다면 새해는 새해답지 않아지는 것은 아닌지요. 적바림에 기록된 것들을 정리해보며 반성하고 새해의 희망을 정할 때 12월이 제 이름 값을 하는 법입니다.

  그리고 기억하십시오. 저나 당신에게 시간은 무한이 아니라 유한입니다. 무한한 시간이 흘러가지만 당신이 쓰는 시간은 유한한 것입니다. 두 손 가득 잡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언젠가 빈손으로 돌아갑니다. 그리하여 12월 마지막 날을 보낼 때 한번쯤은 읽었던 이 시를 떠올려 보길 바랍니다.

  ‘세상은/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한 해가 가고/또 올지라도//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고운 이빨을 보듯//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김종길 시 ‘설날 아침에’ 끝부분’

  미리 새해 인사드립니다. 송구 무술, 영신기해! 두루두루 만사 형통하시길!!

시인(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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