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첨가물 NO!’, ‘담배 냄새 NO!’, ‘천연 담뱃잎 OK!’ 이 문구들은 수제담배를 판매하는 사업자들의 공통 슬로건이다. 담뱃잎 판매점 외관에는 ‘소비자가 직접 만들어 피우는 수제담배’라고 쓰여 있지만, 매장에 들어가면 사업자가 미리 제조해둔 담배가 빼곡하다. 대부분의 수제담배 사업자는 담배를 편법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1분 만에 담배 한 갑이 뚝딱 완성되는 수제담배의 단점들이 빠른 속도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수제담배에 대해 알아보고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과 ‘담배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해 알아보자. / 사회부
◆수제담배(롤링타바코)란?
지난 11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성인 흡연율은 22.3%로 전년보다 1.6% 떨어진 수치를 기록했다. 심지어 담뱃값이 인상된 2015년보다 낮은 흡연율을 보였다. 이번 흡연율 하락은 담뱃값 인상 요인과 2017년부터 공식적으로 모든 소매점에 배치된 담뱃갑에 있는 흡연 경고 그림 효과가 더해진 결과이다.
수제담배(롤링타바코)는 연초와 필터를 구입해서 직접 만들어 피는 담배다. 낮아지는 흡연율에 반해 수제담배는 담뱃값 인상 이후 창업 아이템으로 급부상할 정도의 인기를 얻었다. 현재 수제담배 시장 규모는 연간 9천만 갑 이상으로 추정되며 프랜차이즈 매장은 전국 500곳이다. 천연 담뱃잎으로 만들기 때문에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점을 내세워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일반 담배의 100배에 달하는 유해성분이 검출되었다. 일반 담배는 한 갑에 약 4,500원으로 교육세와 담배소비세 때문에 3,318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수제담배의 경우, 담뱃잎과 필터 등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2,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아직까지 수제담배는 착한 가격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착한 담배라 불리는 수제담배의 진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장점만 있을 수 없다. 한때 ‘유기농 담배’, ‘천연 담배’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인기를 얻은 수제담배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첫째, 미성년자에게 쉽게 판매 가능하다. 담뱃잎 판매점에 전화 주문하면 담배의 맛과 주소만 물을 뿐 나이도 묻지 않고 집으로 배송해준다. 한 갑에 2,500원인 저렴한 가격으로 미성년자, 성인 할 거 없이 모두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주머니가 가벼운 미성년자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다.
둘째, 일반 담배보다 해롭다. 수제담배는 덜 해롭다는 점을 앞세워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반인이 만든 수제담배가 기본적인 안전성 검사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엄격한 성분검사를 받은 일반 담배보다 더 해롭다고 주장했다. 일반인이 담배를 제조할 시, 니코틴과 타르 등을 정해진 용량만큼 넣어 제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수제담배에 ‘담배 성분 표시’, ‘화재 방지 성능 인증’ 등 현행 담배사업법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국민 건강 피해와 화재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 담뱃잎에 가공 없이 그대로 말아 피우면 담배가 더 독해진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셋째, 불법과 합법의 기준이 모호하다. 수제담배가 합법인 경우는 ▲사업자가 담뱃잎 등 기본 재료만 판매 ▲소비자가 매장 내 기계로 직접 제조했을 시에 해당한다. 불법인 경우는 ▲사업자가 수제담배를 직접 제조, 판매 ▲사업자가 담뱃잎을 잘게 썰어 판매하는 경우다. 하지만 대부분 수제담배는 사업자가 미리 만들어놓고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현실적으로 소비자가 담배 제조 기계를 작동하기가 어렵고 번거롭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업자는 불법임을 인지하고 있지만 이러한 편법을 통해 판매하고 있었다.
◆수제담배의 적정선과 개정된 법률안
흡연자는 담배가 해롭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쉽게 끊지 못한다.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이라는 중독성 물질 때문이다. 수제담배를 판매하는 한 사업자는 ‘힘든 금연 대신 천연 첨가물로 만든 수제담배를 피우세요.’라는 슬로건으로 판매를 하지만 이는 모순된 말이다. 수제담배에는 일반 담배보다 중독성 물질이 더 많이 함유되어있어 우리 몸에 더 해롭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월, 10개 수제담배업체 제품의 니코틴과 타르, 일산화탄소 함량을 조사했다. 그 결과, 니코틴 함량은 개비당 최대 1.66mg으로 일반 담배의 최대인 0.7mg의 2.4배에 달하고, 타르도 1.9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일반 담배의 경우, 흡연자의 심장병 사망률이 최대 4배, 폐암 위험이 최대 26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수제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는 이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불법으로 유통되는 수제담배, 단속은 어려운 것일까? 담배를 미리 제조하는 현장을 적발하지 않고는 단속이 어렵다. 만약 적발해도 사업자가 “시연용으로 만들었다.”, “자신이 피우려고 만들었다.” 등의 변명을 하면 처벌이 애매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수제담배의 문제점은 크다.
지난 9월 21일, 기획재정부는 ‘담배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된 법률안은 앞으로 담뱃잎 판매점 등에서 소비자에게 수제담배 제조 장비를 제공하면 처벌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이는 기획재정부에서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던 수제담배의 민낯을 보여주기 위해 개정된 법률안이다. 이를 위법할 시,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게 된다. 이 개정안은 입법예고 기간을 두고 국민과 각 기관의 의견을 수렴 후 규제 심사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정부 안을 확정한 후 올해 말 국회에 넘어갈 예정이다. 이후 법률안이 법안으로 통과되면 수제담배 사업자는 위기를 맞게 된다. 이 외에도 일반 담배와 비교하면 수제담배는 미성년자도 쉽게 구매가 가능하다는 문제점이 있어 추가로 법안이 개정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