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장(場)에는 정쟁과 갈등의 소용돌이가 끊이지 않는다. 민주화가 어언 30여 년의 경력을 쌓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 보여준 의회제도의 신뢰도도 웬만할 것 같은데, 정치인들의 붕쟁은, 그 내용과 형식은 전혀 나아 보이지 않는다. 무슨 문제만 터지면 상호 존중의 토론과 합리적 대안 도출과 거리가 먼, 오로지 자기 정파 이익에만 골몰하는 무리수는 끝이 없는 것 같다.
현 시국의 키워드는 북한 문제와 경제문제인 것 같다. 온 국민이 체감하듯,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던 남북 관계의 호전은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사적 남북 정상의 만남과 북미 정상의 회동 등, 또 앞으로 계획된 적지 않은 호재에 대해선 국민 모두가, 여야 구분 없이 박수치고 지지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비준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야당들의 발목 잡기는 치졸해 보인다. 절차상의 문제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해석을 대승적, 거시적으로 하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경제문제에 관해서는 정부와 여당도 오만해 보인다.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않으면, 솔직히 인정하고 수정 보완책도 강구해야 마땅하다. ‘소득주도’의 개념과 방향에 우려를 표하는 경제학자들이 많다. 그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일자리 창출 등도 과다한 세금에 의존하고, 지나친 복지 드라이브가 미치는 부작용을 제대로 고민하는지 의아스러워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한숨 고르고 여론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저잣거리의 경제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전반적으로 경기가 심각하게 위축되고 침체되어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영국에서 발표된 갱스터 랩(과격하고 공격적인 가사를 이용하는 랩) 가사들을 보니 그쪽도 우리와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아 씁쓸한 웃음을 머금게 한다. ‘폴리티컬 드릴링(Political Drilling)’이라는 제목의 노래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들이 있다.
“나는 너의 등 뒤에서 칼질하지 않겠다. 정면에서 찌르겠다”는 이 말은 2015년 제스 필립스 노동당 국회의원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의 지도력을 문제 삼으면서 한 말이었다. “나는 그녀를 냉장고 속 가방에 잘게 다져서 넣을 때까지 쉬지 않겠다”고 한 조지 오스본 전직 재무장관의 2017년 발언도 가사에 포함됐다.
한 때 ‘신사의 나라’라 불리던 영국의 이러한 사정에서 위로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정치모리배(謀利輩) 없는 세상’을 꿈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