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젠’은 인터넷(internet)과 제너레이션(generation)의 합성어다. 아이젠은 철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한 세대를 말한다. 세대 연구 권위자인 미 샌디에이고 주립대 심리학과 진 트웬지 교수는 “아이젠 세대가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되면서 새로운 정치·경제·사회 현상을 만드는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젠 이전의 ‘PC 세대’도 온라인에서 청원 운동을 하며 정치·사회적 목소리를 냈다. 그들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긴 글을 올리며 토론하고 논쟁했다. 여기서 PC와 스마트폰의 차이는 속도다. 아이젠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기사를 공유하고 댓글을 단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 활동하는 아이젠도 있다. 한 고등학생은 천안함 배지를 만들어 페이스북을 통해 판매한 후, 수익금을 기부했다. 한국트렌드연구소 김경훈 소장은 “아이젠은 광장에 모이는 대신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사회 이슈로 만들 수 있다는 걸 경험적으로 안다”고 했다.
이 현상을 난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나는 인터넷을 배우기 전엔 원하는 정보를 책을 통해 얻거나, 어른들에게 질문하며 얻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식부터 전문 지식까지 인터넷을 통해 얻는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박진수 소장은 나 같은 특성을 가진 아이젠을 ‘잡학피디아 세대’라고 표현했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처럼 다양한 지식을 많이 습득한다는 뜻이다. 박 소장은 “예전에는 지식인이나 지성인이 되려면 대학을 가고 아카데미를 통해 학위를 얻고 자격증을 따야 했다면, 지금은 모바일로 탐색한 ‘잡학’으로 충분히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나도 여기에 공감한다. 국어를 좋아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질문할 때 대답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은 그 때마다 내가 모르는 부분을 인터넷에 검색해서 배워 친구에게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젠이 좋은 점만 있다면 거짓말일 수 있다. 한양대 정보사회학과 윤영민 교수는 “아이젠은 즉각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세대”라고 했다. 이전 세대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아이젠에게는 언제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라는 일종의 무기가 있다.
자신의 표현을 들어주는 SNS 친구 또한 대기 중이다. 그리고 아이젠은 때때로 ‘화이트 불편러’가 되기도 한다. 아이젠은 사소한 문제를 지적하고, 남이 불편해하는 모습에 공감하며 여론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종종 그 불편의 진위 여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아이젠을 그저 하나의 세대로 보고, 예민하기 때문에 세상을 더 좋게 만들 거라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사회 문제로 보는 사람도 있다. 나는 아이젠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젠 세대가 세상을 뒤흔드는 건 원치 않지만 세상의 한 부분이 되었으면 한다.
황지운(국어국문학과·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