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쯤 너를 만났다. 너는 대학 졸업반이었고, 모교 상대를 다니고 있었다. 너의 많은 학우들이 그랬듯이 너 또한 진로에 대해 고민 중이었다. 매사에 자신 없어 하고 미래가 암울해 보였다. 불현듯 지난 젊은 날의 내 모습이 겹쳐졌다. 나는 너의 멘토를 자청했다.
마침 이 도시에 청년창업프로그램이 생겨났고 나는 창업에 도전하라고 권유했다.
일년이 지난 지금 너는 거의 네 힘으로 주식회사의 청년 대표가 되어있다. 백화점 수산물 매장에 20여 가지의 수산가공식품을 납품하고 있고 아직 시작단계이긴 하지만 전국 슈퍼에서 네가 만든 수산가공식품(공산품)에 대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까지 오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도 엄청난 스트레스로 힘겨워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안다. 며칠 전엔 대인관계의 어려움과 거래처의 비협조 등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모른 척했다. 이제 스스로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 예측할 수 없는 상대의 질문, 경험 부족등으로 앞으로도 많은 험한 일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러나 지난 일년을 생각해보자. 그동안 너는 주주들과 함께 법인을 설립해 봤고 사업자등록증을 냈으며, 4대 보험 가입과 새로운 공산품 제조, 디자인 상표 출원을 해냈다. 그뿐인가 매출을 발생시켰고 제품 포장을 해봤으며, 납품과 택배 발송을 해봤다. 상품 바코드는 이제 5분 안에 받아내고 문서 작성과 거래처를 발굴하기 위한 영업도 해봤다.
멘토된 입장에서 거래처의 항의 전화는 영광이다. 곧바로 교환해주고 사과를 해봤으며, 칭찬과 함께 신용도 얻었다. 그동안 너는 경험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진실된 의지와 젊음을 무기로 청년창업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1천만 원 중진공에서 청년창업자금 1억도 저리로 따냈다. 그리고 오늘은 휴일이지만 회사에 나와 유통대기업에서 실시하는 청년상인 스타상품 발굴에 도전하기 위해 PPT 자료를 만들고 있다.
다정하지 못한 멘토라서 미안하지만 나는 청년창업자로 나날이 커가는 젊은 네가 자랑스럽다.
지금 세계는 4차산업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창의와 혁신만이 살 길 임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만 해도 지난해 대학 졸업생이 창업한 회사가 61만 개다. 여기에 청년창업자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중국에선 지금도 매일 하루 1만6천여 개의 신규 회사가 설립되고 있다.
중국에 비해 한국을 돌아보면 미래가 암울하다. 대학 졸업생 수십만 명이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리고 있고 나머지도 대기업 취업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고 젊은이만 탓할 생각은 전혀 없다. 정부와 사회구조가 그렇게 만들어 온 혐의가 짙은 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청년 창업 숫자는 초라하다. 전통시장 청년상인 100여 명에 중소기업청 청년기술창업 140명 청년창업사관학교 550명 정도로 일천여 명이 채 안 된다. 기존 제조업이 다 무너지고 있는데 기술 혁신은 고사하고 수재들조차 9급 공무원 시험을 치는 세태가 딱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가까운 미래엔 국가경쟁력에서 우리는 단숨에 중국에 많은 것을 빼앗기는 끔찍한 상황을 맞을 것이다. 정부와 재계에 더 바라는 것이 많다. 중국의 청년창업지원책을 가서 보고 와라. 우리나라처럼 한 번 실패하면 신용불량에 실패자라는 낙인을 찍어버리는 그런 제도와 정책으론 어느 청년이 감히 두려움을 이기고 창업에 나서겠는가.
실패의 교훈과 경험을 우대해주고 다시 재기하도록 도와주는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청년창업자여. 그럼에도 이제 창업 일년을 맞는 그대에게 거는 기대도 매우 크다. 주식회사 몇 개의 명멸을 지켜본 너의 어줍잖은 멘토는 너의 발걸음 하나 하나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안다.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앞으로 나가기를 바란다. 하루 1cm씩만 발전하더라도 종내에는 전 지구를 다 돌 것이다. 삶은 늘 한 방향, 앞쪽으로만 열려 있다.
성윤석(동문 시인, 기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