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일회용품과 헤어져야 할 시간
이제는 일회용품과 헤어져야 할 시간
  • 박예빈 기자
  • 승인 2018.09.06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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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규제로 일회용품이 금지되었음을 알리는 문구
일회용품 규제가 시행되고 있는 카페

  한 번 사용하고 버린다는 의미를 지닌 일회용품.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 사람들에게는 필수품이 되었다. 일회용품의 주재료인 플라스틱은 많은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일회용품으로 뒤덮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생명에도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 지금 우리는 어떠한 조치를 해야 할까? / 사회부

▲일회용품 규제법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는 ‘사춘기 조숙증(성호르몬의 과잉으로 제2차 성징들이 사춘기보다 빨리 나타나는 증세)’이 큰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2차 성징이 빠른 이유를 플라스틱에서 나오는 환경 호르몬으로 꼽고 있다. 또, 태평양의 한 섬 곳곳에 죽어있는 새의 배를 가르면 플라스틱 병뚜껑이 가득하다. 이러한 사실은 플라스틱이 우리와 환경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6년 통계청은 국가별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을 발표했다. 3위는 일본(66kg), 2위는 미국(97.7kg), 1위는 한국(98.2kg)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는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이 압도적인 국가로 꼽히고 있다. 이런 최악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사용량 때문에 환경부는 ‘일회용품 규제’라는 법안을 마련했다. ‘자연 재활용법에 따라 매장 내 일회용 컵(플라스틱 컵)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이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매장 곳곳에 붙어있다.

  지난달 1일, 환경부는 전국 매장에 손님에게 기호 음료 판매 시 일회용 컵 대신 머그잔을 사용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하지만 잠시 마시고 나가야 하는 손님은 머그잔으로 먹다가 나갈 때 일회용 컵에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규제로 인한 불편함은 육체적 노동뿐 아니라 정신 노동에서도 나타났다.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규제로 인해 모르는 손님들은 머그잔에 담아주면 큰 불만을 내비쳤다. 갑자기 바뀐 규제는 아르바이트생과 손님에게 혼란의 연속이었다. 환경부는 현장 혼란을 고려해 단속 시작을 2일로 미루고 부리나케 지침을 내놨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이제 일회용품 컵에 담아달라고 요구해도 매장 내에서 사용은 엄격히 금지되었다. 경상남도는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 방침에 따라 지난달 6일부터 9월 28일까지 ‘일회용품 사용 합동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일명 ‘컵 파라치’(매장 안에서 사용이 적발될 시 부과되는 50~200만원의 과태료) 때문에 점주들은 정부 규제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컵 파라치’는 해당 구에서 시행되고 있다. 경상남도는 지난 6월 20일부터 7월 31일까지 일회용품 사용 홍보 및 현장 계도를 통해 지난달부터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규제의 두 얼굴

  법안은 환경을 보호하자는 의의로 시행되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생긴 규제로 많은 매장은 힘들어하고 있다. 일회용 컵만 사용해오던 매장은 머그잔이 부족한 문제가 생겼다. 한꺼번에 컵을 사야하니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또,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손님대부분이 규제에 대해 모르고 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모르는 손님들에게 일일이 설명해야하는 수고가 생긴다. 일회용품 하나가 없어졌음에도 많은 불편함이 발생하고 있다.

  한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생은 갑자기 바뀐 제도에 불편한 점을 털어놓았다. 그녀 생각에도 가장 큰 문제는 설거지였다. 마시고 가는 손님이 많을수록 컵을 빨리 채워놓아야 해서 미룰 수도 없다. 그녀는 쌓여가는 컵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머그잔이 충분한 매장도 설거지로 인한 인력 부족이 나타난다. 규제가 생기기 전 충분했던 인력이 설거지로 턱없이 부족하게 되었다. 업무로 바쁜 시간에도 손님을 대해야 하는데 쌓여있는 설거지는 걸림돌이 되었다. 그리고 설거지 외에도 손님들 부주의로 인해 깨지는 컵도 많이 있다고 했다. 치우는 일도 고스란히 아르바이트생 몫이라고 불평했다. 그러나 정부가 시행한 일회용품 규제에 대해 그녀는 몹시 긍정적이었다. “저는 환경을 위한 일회용품 규제를 완전히 찬성합니다. 그런데 일회용 컵은 유리컵으로 대체 가능한데, 빨대 사용량은 줄지 않아요.” 긍정 속에서 그녀는 의문을 내비쳤다. 5초 쓰고 500년 썩는다는 빨대가 계속해서 사용되고 있었다. 매장 내 플라스틱 컵만 사용을 금지하고 빨대와 뚜껑은 규제하고 있지 않았다. 현행법상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일회용 품목에 속하지만, 빨대나 다른 일회용품은 품목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세운 규제에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또, 카페 말고도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곳은 많았다. 장례식장은 특성상 설거지에는 무리가 있어 모두 일회용품을 사용하므로 규제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상주가 회사에서 받아오는 일회용품은 3~4박스 정도 되는데 그 양은 어마어마하다. 심지어 그 많은 일회용품은 다 쓰이지도 못하고 버려진다.

▲정부와 시민 의식이 손을 잡는다면?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에 따라 매장과 소비자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 환경을 위한 조치지만, 우리는 편리함을 잃었다. 하지만 규제가 생기고 텀블러를 사용하는 소비자 비율도 늘어났다. 이렇게 긍정적인 결과도 생기고 있다. 정부의 규제가 환경을 살리는 선구자가 된 것이다.

  정부는 시민들의 혼란을 익숙함으로 바꾸고 빨대 사용량이 그대로인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탄탄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시민들은 반성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결국, 깨끗한 환경으로 만들 수 있는 주체는 정부와 시민이다. 미래를 위해 우리가 어지럽혀 놓은 생태계를 돌려놓아야 한다. 지금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일회용품을 줄이고 현재에 익숙해져야 한다. 정부의 방안과 참된 시민 의식이 손을 잡는다면 효율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다. 앞으로 규제를 생각하지 않고 일회용 컵보다 머그잔이 익숙해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

이아름·박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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