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부모님의 손을 잡고 야구장을 방문한 기억이 있는가? 아니면 친구와 함께 야구장에 가 목청 터지게 응원가를 불러본 기억이 있는가? 위 같은 형태가 아니라도 누구나 한 번쯤 야구를 접해봤을 것이다.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야구에 흥미를 느낀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작년에 같은 과 친구를 따라 직관 경기를 간 것이 그 시작이었다.
친구와 야구장에 가면서 야구라는 스포츠에 대해 무지한 것은 아니었기에 ‘경기 흐름만 따라가면 푯값은 뽑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초심자의 행운’인 것인지는 몰라도 그날 경기는 재밌는 포인트가 많았다.
1회 초, 초구를 1번 타자가 그대로 받아쳐 홈런을 만들었다. 경기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 조금은 얼떨떨한 상태로 사람들과 함성을 질렀다. 야구장을 떠나갈 듯한 함성에 분위기는 초반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경기 시작 전 친구에게 파울 볼을 잡을 수 있는지 물었는데, 친구는 딱 잘라 ‘이 자리에서는 절대 못 잡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구의 호언장담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타자가 친 파울볼이 높이 뜨더니 그대로 내 앞에 떨어져 한 번 튕긴 뒤 손안으로 들어왔다.
야구만의 독특한 응원 문화는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타자가 타석으로 들어서기 전부터 선수의 등장 곡을 부르며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타자가 투수와 본격적인 승부에 들어서면 선수의 응원가를 부른다. 이뿐만 아닌 중간중간 구단 응원가를 부르는데, 이를 보고 있자면 내가 야구 경기를 보러온 건지 콘서트를 보러온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야구장에서 느낀 즐거움은 경기가 끝나고 여운으로 남았다. 이 여운은 직관 경기를 처음 간 나를 야구의 세계로 홀리기에 충분했다. 그날 이후 야구에 푹 빠진 나는 야구에 대한 여러 지식들과 경기를 꾸준히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친구는 ‘진정으로 야구를 즐기려면 한 팀을 정해 응원하는 게 좋다, 그냥 야구 경기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라며 나에게 조언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팀을 정해 응원을 하는 건 조금 섣부른 것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한편으로 응원하는 팀을 정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후 조금 시간이 지나 응원하는 팀을 정하게 됐다. 친구의 말대로 그냥 야구 경기 자체를 보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내가 응원하는 팀의 득점과 실점 하나하나에 울고 웃으며 마치 나의 일인 양 행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은 ‘그저 공놀이에 왜 그렇게 감정 이입을 하느냐.’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야구가 주는 희로애락을 한 번 느끼게 된다면 ‘그저 공놀이’로 치부할 순 없을 것이다. 매일 똑같은 콘텐츠 소비에 지쳤다면 TV를 틀어 야구를 시청해 보는 것이 어떨까. 그 즉시 각본 없는 드라마의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인 나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