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는 올해 22살의 MZ세대다. 안 선수는 금메달을 따고 나서 MZ세대답게 한국 배드민턴협회의 잘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항의했다. 일파만파의 파장이 한국 스포츠계를 강타했다. 나는 우선 안 선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녀의 용기에 배드민턴협회는 물론 한국체육회까지 ‘꼰대들의 몰락’이 시작된 것 같다.
스포츠 조직은 철저한 위계질서 사회다. 뛰어난 실력을 갖췄기에 중학교 3학년이던 2017년 국가대표에 처음 발탁된 안 선수는 지난 7년 내내 대표팀에서 잡일을 도맡은 것으로 부모들에 의해 알려졌다. 선배들의 끊어진 라켓 줄을 가는 것은 물론 일부 선배들의 빨래도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된 연습 뒤에 휴식이 필요한 어린 선수가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그뿐만 아니었다, 안 선수는 금메달을 획득한 후 이런 인터뷰를 남겼다.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나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내 부상을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많은 실망을 했다.’라고 했다. 또한 ‘저는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 같다.’라며 억울했던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만약 안 선수가 30대가 넘는 나이였거나 협회나 체육회의 눈치를 보는 선수였다면 분명 침묵했을 것이다. 선수 생활하는데 받을 불이익을 먼저 생각했을 것이다. 안 선수는 젊기에 당당한 MZ세대이기에 자신의 고통을 감추지 않았다. 개선을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안세영의 폭로와 관련한 내용을 논의했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에서 진상 조사에 나선 모양이다.
안 선수의 폭로로 협회가 대표팀 선발에 개입하고 임원 여비에 돈을 펑펑 쓴 사실과 협회가 자행한 실책들이 계속해서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발굴되고 있다. 일이 터지자 올림픽 도중 대한배드민턴협회 임원진은 언론과 여론의 집중 공격을 피하려고 선수단보다 일찍 귀국하는 줄행랑을 쳤다. 이는 일종의 도피로 국민적 빈축을 사고 있으니 사필귀정의 결론이 나길 바란다.
나는 안세영 선수 문제에 배드민턴협회나 대한체육회의 대처가 어른답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22살의 여자 선수의 이유 있는 항변을 왜 어른처럼 안아주지 못하고 과대 대응하는지 그 모습이 꼴사나웠다. 파리에서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문제해결에 나섰다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싶다. 그건 자신들이 감출 죄나 비밀이 너무 많다는 간접증거다.
이제 MZ세대들이 나서서 안세영 선수를 지켜야 한다. 외면하거나 침묵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MZ세대의 특권이다. 그건 또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그들이 살아갈 세상을 새롭게 만드는 일이다. 카를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의 마지막에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 썼다. MZ세대도 그런 선언이 필요할 때다. ‘한국의 MZ세대여, 안세영 선수를 지켜라!’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