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 아고라] 인연(因緣)
[한마 아고라] 인연(因緣)
  • 언론출판원
  • 승인 2024.06.1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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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연 1.
  빡빡 깎은 머리로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국어 시간. 국어 수업은 당일 수업 분량만큼의 교과서를 번호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읽고 난 뒤에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는데 그날은 내 차례였다. 책을 읽고 나니 선생님께서 대뜸 “너 이름이 뭐니?”, “이원열입니다.”, “원열아! 너 나중에 아나운서 해라”. 한 컷으로 남아있는 그 순간의 이미지는 5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강렬하게 남아있다. 그 후 학부 전공은 기계설계였지만 돌고 돌아 방송국 아나운서가 되었고 정년퇴임까지 했다. 그 선생님 존함을 잊지 못한다. ‘이은집 선생님’

  인연 2.
  직장생활을 하다가 보면 소위 잘 나가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해 한직으로 발령받고 절치부심(切齒腐心), 와신상담(臥薪嘗膽)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 길게 보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지만 막상 그 시기에는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내 능력을 알아봐 주지 못하는 회사가, 직장 상사가 원망스럽고 화가 날 뿐이다. 그렇게 한직으로 내몰리던 시절. 내 영혼에 한 줄기 빛과 같이 다가온 인연이 있었다. 어떻게 그 인연이 이뤄졌는지 다시 생각해 봐도 신기할 따름이지만 호흡명상과 소리명상을 접하게 되었고, 그 이후 나는 세상과 나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환골탈태(換骨奪胎)까지는 아니지만 인생의 큰 변곡점을 지났다는 것은 확실하다. 개인적인 시간과 마음을 내서 지도해 주신 사부(師父)님. 경남대 출신에 공인회계사이신 ‘황대식 사부님’

  인연 3.
  방송국 밥을 먹은 지 어언 30년이 다 돼 가던 어느 날 저녁 창원의 한 호프집. 개인적인 친분이 깊은 선배 한 분이 대학원에 학과를 한 개 신설하려고 한다면서 비전과 계획에 대해 일장 연설과 함께 성공 가능성을 물어보신다. 가능성이 높다고 대답했더니 입학하겠냐고 다시 물어보신다. 그러겠다고 대답했고, 2020년 2학기에 나는 산업경영대학원 문화유산복원예술학과에 1기로 입학했다. 정년퇴임을 앞두고 늦깎이 대학원생으로 시작한 공부가 지금은 박사과정 3학기 차를 지나고 있고, 문화유산돌봄사업에 참여해 퇴직 후 일자리도 얻었다. 지도교수님과 함께 프로젝트 보고서와 논문도 쓰면서 분주하게 지내고 있다. 잊지 못할 선배이자 스승인 ‘임형준 교수님’

  평생직업을 안내해 주시고, 힘들던 시기에 나를 돌아보고 다스릴 수 있도록 해 주시고, 퇴직 이후 인생 2막을 열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신 인연들이고 인생의 스승이신 분들이다. 이런 분들의 도움으로 잘 살고 있는 나는 과연 타인에게 인연일까? 악연일까? 나도 누군가에게 인연이고 싶다. 잘 살아야겠다.

이원열(대학원 문화유산복원예술학과 박사과정 3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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