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내가 깊어져야 바다도 깊어진다
[정일근의 발밤발밤] 내가 깊어져야 바다도 깊어진다
  • 언론출판원
  • 승인 2024.06.12 13: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산이 바다를 품은 항구도시라는 것이 우리에겐 고마운 축복이다. 우리는 가고 싶으면 언제든 바다로 뛰어갈 수 있지 않은가. 자다가도 달려가면 만날 수 있는 바다가 있지 않은가. 지구별 인구수 81억 중에 태어나서 여태 바다를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어느 해인가 히말라야 골짜기에서 만난 소년이 내게 바다에 관해 물었다. 바닷가에서 태어나 바닷가에서 살고 있었지만 나는 그 질문에 허둥지둥하며 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건 내가 바다를 몰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바다를 가졌지만 사실 바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눈으로 보는 것이 바다의 전부가 아니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8%를 차지하고 있고, 그 부피가 13억 7,030만㎥에 이른다고 한다. 그것을 다 안다고 해서 바다의 넓이와 무게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리라. 바다의 최대 깊이가 11,034m인 것을 안다고 해서 바다의 깊이를 아는 것 또한 아니리라.

  바다도 사람과 같은 바다의 일생이 있다. 사람과 같이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있고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있는 것이다. 사람처럼 감정이 있고 태어나서 죽고 다시 태어나는 일생이 있다. 무엇보다 바다는 지구 생명체의 본향이다. 바다는 지구 최초로 생명이 탄생한 곳이다. 또한 지금도 수많은 생명체가 사는 곳이다. 지구에 그런 바다가 없다면? 그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청춘이여. 나는 이번 여름 그대들이 좀 더 바다에 가까이 다가가는 시간이 많아지길 바란다. 바다를 두 눈으로 보고 바다의 이야기를 두 귀를 열고 듣는 시간이 있어야 바다의 속살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먹고 즐기는 바다가 아니라 바다에 던지는 존재론적인 질문이 있어야 한다. 바다와 친구처럼 싸우고 바다와 애인처럼 사랑을 해봐야 한다.

  바다 앞에서 목놓아 울어본 사람만이 바다의 통곡을 이해할 수 있다. 바다의 눈물을 알 수 있다. 바닷물이 짠 이유 또한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먼저 인류가 바다를 배경으로 만들어 놓은 고전과 예술작품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고, 호메로스의 고대 그리스 장편 서사시 ‘오디세이’를 읽어야 한다. 허먼 멜빌의 ‘백경’을 읽고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어야 한다.

  우리 마산에서 저술된 조선 후기 학자 김려(金)의 ‘우해이어보’와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읽고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보고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를 들어야 한다. 내가 깊어져야만 바다는 저 자신의 깊이를 보여준다. 내가 무거워야만 바다도 자신의 무게를 보여준다. 바다에 다가서기 위해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바다가 주는 위대한 가르침을 이해하여야 한다.

  올여름 혹독한 더위와 많은 비가 예보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겐 가까이 바다가 있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될 것이다.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를 담은 거대한 그릇인 바다가 청춘을 성숙시킬 것이다. 2학기 때 만나면 바다로 인해 더욱 깊어진 청춘의 푸른 바다를 보고 싶다.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대학로 7 (경남대학교)
  • 대표전화 : (055)249-2929, 249-2945
  • 팩스 : 0505-999-211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은상
  • 명칭 : 경남대학보사
  • 제호 : 경남대학보
  • 발행일 : 1957-03-20
  • 발행인 : 박재규
  • 편집인 : 박재규
  • 경남대학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2024 경남대학보.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