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서점이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라고만 생각하곤 한다. 특별히 독서에 취미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참고서나 학습지를 사기 위한 목적으로만 방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점은 생각보다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좋은 서점에서는 축적된 그 지역의 문화를 느낄 수 있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주할 수 있다. 진주시 평거동에 위치한 진주문고 역시 그런 ‘좋은 서점’ 중 하나다. 1986년 문을 연 이래 현재까지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진주문고에 대해 알아보자. / 문화부
진주문고는 진주시 진양호로 240번길 8에 본점을 두고 있는 서점이다. 1999년 평거동에 본점이 자리 잡은 이후 2004년 가좌동 ‘진주문고 MBC점’이 개점했으며, 2021년엔 ‘진주문고 혁신점’, 2022년에는 ‘진주문고 초전점’이 문을 열었다. 현재 진주 동서남북 지역마다 각 1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진주문고는 지역 대표 서점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지역을 대표하는 서점, 진주문고의 발자취와 현재
진주문고는 인문사회과학서점 <개척서림>이라는 이름으로 1986년 경상대학교 앞에서 개점했다. 그 후 1988년, 출판문화정보공간 <책마을>로 명칭이 바뀌었다가, 1992년부터 현재의 상호인 <진주문고>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진주문고 본점이 현재의 위치, 평거동에 자리 잡은 것은 IMF 시기 이후인 1999년부터다. 이후 2004년에 가좌동, 2021년에 충무공동, 2022년엔 초전동까지 확장 개점하며 진주 곳곳에서 매장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진주문고는 2018년 리뉴얼을 통해 브랜드 로고와 공간을 전면적으로 바꾸기도 했다. 2019년에는 북카페인 <진주커피>와 문화관 <여서재>가 생겼고, 이듬해엔 서점 내부 공간을 조정해 생활갤러리 <아트스페이스 진주>가 서점 내에 문을 열었다.
# 독서 문화와 이슈를 만들어가는 진주문고
진주문고는 단순히 사람들의 관심과 이슈를 반영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기도 한다. 독자적인 큐레이션(이달의 책, 서점원 추천책, 추천 출판사)을 통한 특색있는 서가를 구성하는가 하면,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해 독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이길보라 감독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북토크나, 변재원 작가의 『장애시민 불복종』 북토크가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러한 작가 초청 행사 외에도 매장 내 문화관 <여서재>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아카데미 활동, 독서모임, 독서캠프, 문화행사와 전시가 마련되어 있다.
취재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험은 1층에 비치된 <우리이웃, 우리작가> 코너였다. 이곳은 진주와 인접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출판물을 모아둔 서가로, 소설, 시, 여행,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이웃 작가들의 새로운 책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경남대 학생 역시 반가워할 만한 이제니 시인의 시집 『아마도 아프리카』 역시 서가의 한쪽을 장식했다. 3층의 시집 코너에서도 이제니 시인의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를 찾아볼 수 있었다.
각 큐레이션과 기획 프로그램들은 모두 ‘독자와 양방향으로 소통’이라는 주요 요소를 공유하고 있다. 진주문고는 <개척서림>이나 <책마을>이라는 상호로 운영되던 시기부터 서점과 이용자 간의 소통이 활발했다. 더불어 독자들이 만나고 싶은 작가를 요청하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오기도 했다. 작가나 출판사에서 먼저 관련 제안을 주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진주문고가 현재까지 ‘책과 사람이 만나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입지를 이어올 수 있던 것은 이렇듯,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서점의 태도와 지역 독자들의 호응이 맞물린 결과가 아닐까.
# 진주문고에 들른다면?
진주문고에 방문하게 된다면 당연하겠지만, 우선 서가를 훑어보도록 하자. 여느 서점을 가더라도 볼법한 상투적인 도서 배치와는 크게 다른 광경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 서점 판매량을 통해 집계되는 베스트 셀러 외에 진주문고가 자체적으로 추천하는 신간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동시대 이슈와 지역민의 관심을 확인해볼 수도, 서점원이 주목하는 분야를 알아보기에 적합할 것이다. 이번 달 서점원 추천 시간 도서 목록에는 황의진 작가의 『빈틈없이 자연스럽게』나, 보선 작가의 『나의 장례식에 어서 오세요』 등이 비치되어 있다. 진주문고만의 북큐레이션을 알아보기에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종이약국> 서가를 찾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한국서점인협의회에서 마련한 <종이약국> 콘텐츠는 독자들의 고민을 추린 20개의 질문에 대한 책처방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간관계 때문에 상처 받았어요” 질문에는 오은 작가의 『다독임』 등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해도 될까요?”라는 질문에는 스테파니 카치오포 작가의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등이 처방된다.
일정이 맞는다면, 진주문고에서 진행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5월 23일 진주문고 본점 여서재에서 김지율 작가의 『나의 도시, 당신의 헤테로토피아』 북토크가 열릴 예정이다. 5월 28일에는 마찬가지로 본점 여서재에서 이 지역 대학의 양난미 교수의 ‘행복을 위한 심리학적 조언’ 특강이 개최된다. 진주문고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진주문고는 그저 책을 판매하는 단순한 서점을 넘어 지역의 문화를 지원하고,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문화공간으로서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점이 늘 따분하게만 느껴졌다면, 서점의 색다른 모습이 궁금하다면, 진주문고에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