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나의 연구, 나의 교육] 배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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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출판원
  • 승인 2024.05.0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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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평생토록 배워야 한다고 한다. 거기에 사람답게 사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논어≫의 첫 구절이 “배우고서 때때로 그것을 익힌다.(學而時習之.)”이다. 바로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방법이자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아기는 태어나면서부터 주변 사람들의 동작과 말을 따라 한다. 점차 말을 배우면서 끊임없이 묻는다. 묻는 것이 배움의 첩경임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리라.
 
  중국 당나라 시기의 한유(韓愈)가 <스승론[사설(師說)]>이라는 명문장을 남겼다. 이 글에서 그는 배우는 자가 스승을 따라 배워야 할 당위성, 스승으로부터 배움을 이루는 길 등을 역설하고 있다. 그 일부를 소개한다. 

  옛날의 배우는 자들은 반드시 스승이 있었으니, 스승이란 도(道)를 전하고 학업을 전수하며 의혹을 풀어 주는 존재이다. 사람이 나면서부터 아는 자가 아니라면 누가 의혹이 없을 수 있겠는가. 의혹이 생겼는데 스승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 의혹은 끝내 풀리지 않는다. 내 앞에 태어나서 그가 도를 들은 것이 진실로 나보다 앞선다면 나는 그를 따라 스승으로 삼을 것이고, 내 뒤에 태어났더라도 그가 도를 들은 것이 또한 나보다 앞선다면 나는 그를 따라 스승으로 삼을 것이다. 나는 도를 스승으로 삼으니, 어찌 그의 나이가 나보다 먼저 태어났는지 뒤에 태어났는지를 알 필요가 있겠는가. 이 때문에 귀하고 천함도 없으며 나이가 많고 적음도 없이 도가 있는 곳이 스승이 있는 곳이다.(古之學者必有師. 師者所以傳道授業解惑也. 人非生而知之者. 孰能無惑. 惑而不從師, 其爲惑也, 終不解矣. 生乎吾前, 其聞道也, 固先乎吾, 吾從而師之. 生乎吾後 其聞道也, 亦先乎吾, 吾從而師之. 吾師道也, 夫庸知其年之先後生於吾乎. 是故無貴無賤, 無長無少, 道之所存, 師之所存也.)

  글의 서두에서 스승에 대해 정의를 내린 뒤에, 배우는 자가 지녀야 할 자세와 배움의 도리를 제시하고 있다. ≪논어·공야장(公冶長)≫편에서,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不恥下問.)”라고 했다. 한유는 이 구절에서 그 모티브를 취했다. 지위가 높거나 나이가 많은 자는 대개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그러나 옛 속담에 “밭을 가는 것은 농사짓는 하인에게 묻고, 길쌈하는 것은 베를 짜는 여종에게 물어라.”라고 했다. 의문이 생기면 신분과 나이를 떠나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물어야 한다. 한유는 ‘不恥下問’의 ‘하(下)’를 ‘귀하고 천함도 없으며 나이가 많고 적음도 없이’라고 설명했다. 나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이나 나이가 적은 사람을 가리킨 것이다. 

  ‘도(道)’의 구체적인 의미는 길이다. 모르는 길을 가면서 묻지 않으면 잘못된 길로 들어 많은 시간과 힘을 낭비한 뒤에 목적지에 이르거나, 아예 이르지 못하기도 한다. 길을 아는 존재가 바로 스승이다. 네이버에 길을 물어 알게 되면 네이버가 스승이다. ‘추상적인 이치’라는 의미의 도(道)는 더욱 그렇다. 알기 어렵기 때문에 헤매기 쉽고 의혹을 해결하기 어렵다. 

  배움의 과정에서 내내 의문과 의혹이 생긴다. 의심나는 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아는 사람에게 묻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 “의심나면 묻기를 생각하라.[의사문(疑思問)]”고 했듯이 배움에는 반드시 물음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래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을 ‘학문(學文)’, 즉 ‘글을 배우는 것’이라 하지 않고 ‘학문(學問)’, 즉 ‘배우고 묻는 것’이라고 했다. 물음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주는 단어이다. 

김창환(교양교육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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