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이 조용하다.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조용하다. 엄청난 사건을 퍼 나르듯 말했지만, 사실 새로운 것 없는 얘기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교과서 내용을 낭독하는 교사의 음성만이 가득한 교실을 거쳐오지 않았나. 대학이라고 특별히 다를 건 없다.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 외에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내가 대학생이 된 이래 강의실은 늘 조용했다.
처음 들었던 전공 선택 수업을 떠올려 본다. 교수는 적막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이해하고 있는지 물었지만, 침묵만이 돌아오자 “그렇다고 해주세요.”라며 신입생들에게 답답함을 토해냈다. 4학년이 된 현재도 강의실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공 필수 수업이 이어지는 강의실, 다소 난해한 통계 개념을 연이어 소개한 탓에 교수는 학생들에게 진도가 너무 빠르진 않냐고 질문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마찬가지로 묵묵부답이다. 교수는 혹시 내가 어려운 질문을 했냐며 황당한 표정으로 학생들을 바라본다. 왜인지 익숙해지는 기분이 느껴졌다.
처음 이런 광경을 접했을 때는 충격이 앞섰다. 아무리 그래도 대학인데, 이렇게 조용해도 되는 걸까 싶어 당혹감이 일었다. 일방적이고, 문답 없는 수업은 입시를 준비하는 청소년기 공교육만의 특징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대학은 그래도 다르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를 품었던 걸까.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원한다는 게 그렇게 과도한 바람일까? 그럴 지도 모르겠다.
신입생이 줄어든다. 주위의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온다. 에브리타임에서는 우리 대학도 망하는 거 아니냐는 글이 추천 수 1위를 달성한다. 괜한 걱정하지 말라며 핀잔 주는 글은 그 뒤를 잇는다. 대학들은 점차 취업률을 비롯한 여러 지표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학문적인 교류의 필요성은 갈수록 희미해진다. 어떤 기업에 취업해야 하는지, 어떤 기출문제가 올해 자격증 시험에 다시 등장하는지가 주된 관심사가 되어갈수록 대학 공간에 활기가 살아날 자리는 줄어든다. 어쩌면 학생들이 학습에 열정이 없을 수도 있고, 교수들의 일방적 교수법이 잘못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시비비를 그렇게 간단하게 가릴 수 있는 걸까. 가려야 하는 건 또 맞을까. 오히려 어느 한쪽에 책임을 몰아넣으려는 이가 범인일 수는 있겠다. 누가 책임자로 몰리건 간에, 강의실은 그대로 조용할 것이다. 그리고 적막한 대학에 갑갑함을 느끼던 학생들은 그대로 갑갑할 것이다.
현 사회가 요구하는 대학의 모습이, 강의실의 풍경이, 학생들의 가져야 할 역할이 ‘조용함’이라면, 어쩔 수 없이 그에 부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대학은 언제나 시대와 조응하며 여러 모습으로 형태를 바꿔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모습을 달리할지언정 활기가 넘치는 강의실의 모습을 상상하며 대학에 첫발을 내디딜 학생들이 사라지진 않을 것 같다. 그들의 상상이 무시 받지 말았으면 한다. 바뀔 땐 바뀌더라도 놓치면 안 되는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