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여야(與野)의 측면에서 보자면 ‘참패’와 ‘압승’으로 요약되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선거로 윤 정권은 기대했던 정치 동력을 얻는 기회를 잃었고, 야당은 다시 정치의 칼날을 날카롭게 벼리게 됐다. 나는 언론들이 만든 ‘반반도’(半半島)-한반도의 반을 지칭하는 필자가 만든 조어-의 정당 색깔을 정치가 동쪽은 빨갛게, 서쪽은 파랗게 칠한 것이 안타깝다.
그동안 22번의 국회의원 선거가 진행된 속에서 한국 정치사의 변천은 있었겠지만, 변천이 발전을 만들지 못하고 민심을 더 단단히 굳어지게 만들고 있는 것은 분명 정치의 유죄다. 이미 한반도는 남북으로 분단되고 남쪽은 다시 동서로 나뉘어 버렸다. 국민은 다양한 정치와 정당을 원한다. 개성 있는 목소리를 가진 국회의원을 너새니얼 호손의 소설 ‘큰 바위 얼굴’처럼 기다렸으나 주인공은 아직 오지 않고 있다.
헌정사상 최대의 여소야대를 만들었다는 지적처럼 이번 선거가 찍은 정점의 이변에는 소수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그중 안타까운 것이 ‘녹색정의당’이었다. 정의당으로 시작해 이번 총선을 앞둔 지난 2월에 녹색당과 함께 녹색정의당으로 새로 출범했으나 선거 결과 지역구에서, 비례대표에서 1석도 얻지 못했다.
당을 이끌던 녹색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선거 다음 날인 11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녀는 참패의 책임을 지고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든 진보 정치의 소임을 내려놓는다.’라고 말했다. 뉴스를 통해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 정치에서 ‘녹색’과 ‘정의’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민주노동당 시절의 권영길, 고인이 된 노회찬이 있어 우리 정치는 좀 다른 꿈을 꿀 수 있어 좋았는데 안타까울 뿐이었다.
반면 나는 이번 선거를 통해 어쩌면 MZ식의 새로운 가능성 하나를 발견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의도적인 무효표’가 쏟아지는 선거구가 있었다. 그건 뽑을 후보가 없다는 유권자의 ‘발언’이었다. 투표에는 참여하지만, 그 누구도 선택은 하지 않았다. 투표는 국민의 의무지만 선택은 자신의 권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유의미한 행동이었다.
실제로 경기도 모 선거구의 경우 ‘1.73%포인트(2,377표)’차로 당락이 결정됐는데 무려 4,696표의 무효표가 쏟아졌다. 격돌한 두 후보가 이런저런 망언과 행동으로 손가락질을 받자 보여준 ‘둘 다 싫다.’라는 유권자의 행동이었다. 앞으로 이런 무효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치의 목소리는 다양해져야 한다. 당리당략보다 유권자인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의 출현 시간이 앞당겨져야 한다. 국회를 식당으로 비유하자면 다양한 정치 메뉴를 제공해야 한다.
이번 총선을 통해 우리 동문이자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인 진종오 국민체육진흥 이사가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이 어찌 축하를 아낄 일인가. 오랫동안 여의도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던 모 교수께서 서울 지역구에서 ‘석패’한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