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존 1년, 우리는 간접흡연으로부터 자유로운가?
흡연 존 1년, 우리는 간접흡연으로부터 자유로운가?
  • 성유진 기자
  • 승인 2018.08.20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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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와 비흡연자, ‘흡연 존’에 대해 불편함 지적

 

제1 경상관의 흡연 존은 도서관과 맞닿아 있어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다. 뿐만 아니라 이곳 바로 뒤는 208 강의실이기 때문에 곧바로 담배 연기가 강의실로 들어오게 된다.

  작년 8월, 전 총학생회의 흡연 부스 설치 공약으로 ‘흡연 구역’이라고 쓰인 시설물이 학내 곳곳에 설치됐다. 흡연 존의 필요성과 문제점, 그리고 우리 대학 흡연 문화 실태를 알아본다. / 대학부


* 흡연 존, 당신은 누구십니까?
  2017학년도 제49대 낭만 총학생회가 내건 첫 번째 공약은 흡연 부스 설치였다. 당시 총학생회는 경남대학보사와의 간담회에서 흡연 부스 설치 이유를 “흡연을 하는 학우가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지 않고, 비흡연 학우가 담배 연기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예산에 대해서는 “무상 업체를 선정하겠다.”는 설명을 더했다. 그해 8월, 학내 곳곳에 그들이 말한 흡연 부스 대신 흡연 존이 생겼다. “흡연 부스를 각 건물마다 설치하기에는 공간적인 부분이나 금전적인 부분이 너무 커 건물 주위로 흡연 구역과 비흡연 구역을 구분했다.”는 이유였다. 그렇다면 이 흡연 존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까?
  흡연 존이 생기기 전, 학내에는 암묵적인 규칙만 있었을 뿐 별다른 지정된 장소가 없었다. ‘금연’이라고 작게 쓰인 표지판은 아주 적었다. 흡연자 A학우는 “예전에는 어디서 담배를 피울지 고민했는데, 이제는 안 그래도 되어서 편해요.”라며 흡연 존의 장점을 말했다. 곳곳에 버려진 담배꽁초도 흡연 존 항아리 안에 모였다. 이처럼 흡연 존은 흡연 구역 알리미 역할에 충실했다.
하지만 흡연 존이 설치된 위치에 의문부호가 달렸다. 우리 대학에 설치된 흡연 존은 8개, 그 중 25%인 2개가 산학협력관 양옆에 설치되었다. 반면 예술관 및 디자인관 건물에서 흡연 존이 존재하지 않는다. 흡연을 하려면 가장 가까운 곳인 한마관이나 한마생활관으로 가야 한다. 주로 예술관에서 강의를 듣는 흡연자 E학우는 “지정된 흡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려면 짧은 쉬는 시간에 다녀오기 힘든 거리다. 그래서 우리끼리 흡연 장소를 지정해 그곳에서 담배를 피운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경상대 학우들 또한 흡연 존의 위치로 볼멘소리를 터뜨렸다. 제1경상관 208 강의실은 흡연 존 바로 옆에 있다. 때문에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게 되면 담배 연기가 곧바로 들어오게 된다. 이처럼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공간을 구분하려던 노력은 결국 모두가 담배 연기를 맡는 참사를 낳게 되었다.


* 흡연 부스,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가 존중받을 수 있는 방법
  비흡연자 B학우는 흡연 존을 지나갈 때마다 숨을 참고 뛰어가야 한다. 뿌연 연기는 막혀 있는 천장 대신 양옆으로 새나갔고, 흡연을 하는 학우들은 여전히 눈초리를 받기 일쑤였다.
  그렇다면 가까운 C대학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C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비흡연자들이 흡연자들 때문에 간접흡연을 걱정하는데, 우리 대학에는 흡연 부스가 있기 때문에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흡연 부스의 장점을 꼽았다. 실제로 C대학은 컨테이너 박스처럼 흡연 부스가 설치되어 담배 연기가 새어나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고 의자가 있어 편안하게 흡연을 할 수 있다. 이처럼 흡연 부스는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다.
  하지만 우리 대학에 있는 흡연 존은 흡연 부스의 역할을 대신하지 못한다. 인테리어 전문가 A는 우리 대학의 흡연 존에 대해서 “이 시설물은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지붕에 스테인리스 기둥을 연결한 것이다. 담배 연기를 차단하는 가림막이 없기 때문에 흡연 부스의 기능을 대신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설관리팀은 경남대학보사와의 통화에서 “아직 흡연 부스 설치 계획은 없다.”고 말하며 현재 설치된 흡연 존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답변했다. 우리 대학의 흡연 문제, 과연 값비싼 흡연 부스만이 해결책일까.

제49대 낭만 총학생회가 설치한 흡연(좌), 창원대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흡연 부스(우)

* 비싼 시설보다 중요한 건 학우들의 인식 개선
  우리 대학에서 생기는 흡연 문제는 오직 시설과 대학의 책임이라고 보긴 어렵다. 흡연 존 설치, 금연 구역 홍보물 제작 등 노력이 무색하게 학내 흡연 실태는 무질서하다. 제1경상관 지하 1층 입구는 많은 학우가 흡연을 즐기는 장소다. 하지만 그들의 등 뒤에는 버젓이 금연 구역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D학우는 “흡연 존이 바로 옆에 있지만 예전부터 계속 여기서 담배를 피웠고, 교수님들도 이곳이 흡연 구역인 줄 안다.”며 흡연 구역 인식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냈다. 이처럼 흡연 존은 기대와 달리 사용률이 저조하다. 또한 재떨이가 있음에도 아무 데나 담배꽁초를 버리고, 침을 뱉는 등 비흡연 학우를 존중하지 않는 모습이 보였다. 완벽한 흡연 시설이 있더라도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담배 연기 없는 금연 구역, 질서 있는 흡연 의식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비흡연 학우와 흡연 학우의 기 싸움은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코를 막는 학우와 연기를 내뿜는 학우 모두가 존중되기 위한 진정한 방법은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 아닐까?

성유진 기자, 윤은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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