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 청년, 자유와 외로움의 경계에 서다
독거 청년, 자유와 외로움의 경계에 서다
  • 이훈민 기자
  • 승인 2018.08.20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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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맞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다

  오늘도 그는 아무도 없는 방에서 혼자 끼니를 때우고 있다. 1인분의 점심 차리기에 익숙하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다. 가방을 메고 돈을 벌기 위해 집 밖으로 향한다. 일과를 마치고 돌아올 때면 편의점 아주머니의 두서없고 뜬금없는 이야기가 정겹게 들린다. 그는 ‘독거 청년’이다. 매년 늘어나는 독거 청년. 그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 사회부

 

  독거 청년이란?

  ‘독거 청년’이란 타인의 지원 없이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20세 이상 39세 이하의 사람을 뜻한다. 한 공간에는 오로지 한 명만이 거주하며, 두 명 이상부터는 독거 청년이라 하지 않는다. 즉, 경제 능력과는 별개로 사람 수가 독거 청년의 개념을 완성시킨다.

  독거노인에 이어 독거 청년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두 가지를 꼽자면, 첫 번째는 갈수록 극심해지는 핵가족화이고 두 번째는 재정적 어려움이다. 두 번째 경우, ‘한국보건사회연구원(KiHASA)’의 자료에 따르면 독거 청년 가구 연간 빈곤율이 급상승했다. 원인은 높은 실업률과 경제적인 문제였다. 우리나라 독거 청년은 굶주리고 있다.

  돈 없는 독거 청년은 외롭다. 타인과 함께 있는 시간은 하루에 약 74분. 다른 유형의 가구에 비해 55~60% 수준으로 50~60분 짧다. 이로 인해 사회성이 감소하고 심하면 우울증과 대인 기피증이 심각해진다.

  1인 청년 가구의 음주와 흡연 비율도 현저히 높다. 성균관대 소비자 가족학과 이성림 교수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로 지내는 청년 중 48.1%가 흡연을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과음 비율은 전체의 57.1%로 절반을 넘었다.

밥상 대신 택배 박스 위에서 삼각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는 독거 청년
밥상 대신 택배 박스 위에서 삼각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는 독거 청년

 

  우리 대학을 졸업한 독거 청년을 만나보다

  “부모님께 지원을 받으며 2015년부터 자취를 시작했어요. 현재는 일을 시작하면서 지원이 다 끊겼어요.” 독거 청년에 막 발을 디딘 우리 대학 동문 A는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 생활비를 포함하여 월세·이동전화 요금 등, 모든 비용을 스스로 책임진다.

  “월급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하는 게 송금이에요. 여기저기 돈을 부치고 나면 잔액은 이미 절반이 비어 있어요. 한 달 일한 월급의 절반이 하루 만에 사라지는 거죠.” 그는 금전적인 요소가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금전적인 요소 이외에 다른 힘든 부분은 없는지 물어보았다. “아무래도 외로움이겠죠? 집에 아무도 없어서 그런지 집에 가는 게 싫어지더라고요. 일부러 밖에 있다가 잠잘 시간에 맞춰서 들어가곤 해요.” 그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친구들과 약속을 잡는 일이 일상이 됐다. 혼자 식사를 할 때, 몸이 아플 때 특히 외로움은 그를 더 괴롭혔다. “주말에 약속이 없으면 침대와 하나가 돼요. 하루 24시간 중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누워만 있어요. 친구는 오직 스마트폰뿐이죠.”

  독거 청년이란 위치는 그에게 항상 부정적인 영향만 끼쳤을까? 그가 생각하는 장점이 궁금했다. “사실 단점만 있다면 여기 혼자 있지 않았겠죠. 단점이 있는 만큼 그만큼의 장점도 분명 있습니다. 자유가 모든 장점을 대변해 줄 수 있죠.” 독거 청년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유라고 말하며 그는 웃음을 띠었다. “본가에서는 외박을 하면 눈치가 보이고 친구들도 마음 놓고 만날 수 없잖아요. 그리고 혼자 사는 여유를 느끼기도 힘들죠.” 그가 독거 청년을 택한 이유는 여기에 있는 듯했다.

  자유를 위해 외로움을 선택한 그에게 지금의 생활이 후회되지 않는지 물어보았다. “현재 생활이 편하기만 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아무리 외롭고 힘들어도 제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그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독거 청년의 외로움을 달래고 있었다.

  독거 청년으로 살아남기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회라는 정글 속으로 독거 청년들은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 끼 식사를 할 때도 자신만의 선택을 한다. 모든 선택은 그들 손에 달렸다. 정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오늘도 외로움과 싸우며 그들만의 길을 가고 있다.

  독거 청년 문제가 심각한 만큼 해결 방안도 시급하다. KiHASA의 한 보고서에선 청년 지원 정책이 주거와 고용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범위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청년의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새로운 사회 안전망 구축과 사회 복지 현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실천적 개입의 필요성을 요구한다. 이는 독거 청년 가구 빈곤율 감소에 전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비추어진다. 단순한 경제적 문제 해결이 아닌, 보다 더 나아가 사회성을 다룸으로써 문제의 근본에 근접하게 다가갔다는 점이 높게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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