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밤은 온통 꿈으로 가득하다. 나는 꿈을 꾸면 ‘꿈을 꾸고 있구나’라는 자각보다 꿈이 현실인 것처럼 인식한다. 그렇게 실현된 현실은 때때로 나의 오랜 염원을 이루어 주기도 하고, 잊고 있던 소중하지만 아득한 추억 속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꿈은 REM수면(REM: Rapid Eye Movement)이라는 시기에서 꾸게 된다. REM 수면은 전체 잠자는 시간 중 대략 두 시간 정도로 매우 짧은 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는 잠을 자면서 꿈을 꾸는 시간보다, 꾸지 않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 REM수면 상태는 얕은 수면 상태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즉, 꿈을 꾸는 건 깊이 잠들지 못한다는 증거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나에게는 꿈을 꾸지 않는 밤이 오히려 깊게 잠들지 못한 밤처럼 느껴진다. 나는 꿈을 꿔야만 깊게 잠들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꿈은 신비하고 기묘한 경험이면서 눈을 뜰 때 기분이 좋아지게 한다. 반대로 영영 꿈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게 만든다. 어떨 때 꿈은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훔쳐본다. 나의 무의식을 반영해서 때로는 내가 걱정하고 우려하는 일을 내 앞에 현실로 가져다 놓는다. 보통 꿈은 깨어나면 점점 흐려지다 잊히기 마련이지만 나한테는 흐려지기는커녕 계속 잔상으로 남아 따라 다닌다. 악몽을 꾸게 되면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꿈의 흔적으로 늘 힘들었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 때 나를 아주 괴롭게 했다. 어느 고 3이 그렇듯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중 수능에 지각해서 시험장에도 들어가 보지 못하는 꿈, 시험 시간에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는 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능을 망치는 악몽을 반복해서 꿨다.
악몽에서 깨어난 후에도 꿈이 현실이 될까봐 걱정하고 초조해하며 괴로워했다. 안 좋은 꿈으로 힘들어하는 나를 걱정하던 친구가 한 가지 해결책을 제시해줬다. 바로 ‘두 번째 찬스’다. 이 방법은 악몽에서 깬 후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대신, 사실 악몽은 현실이었고 ‘나’는 눈을 감았다 뜨니 과거로 돌아온 상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은 조금 우스꽝스럽게 들릴지 몰라도 당시에 나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되어줬다. 중요한 면접 당일이자 면접을 망치는 꿈을 꾼 날, 눈을 떴을 때 ‘두 번째 기회가 왔다!‘라고 생각하며 면접을 봤다. 그날 봤던 면접은 스스로 만족스러울 만큼 괜찮았다. 지금도 현실적인 악몽을 꿀 때마다 애용하는 방법이다.
나의 밤은 언제나 온갖 꿈으로 가득하다. 나는 내가 꾸는 꿈으로 때때로 오랜 염원을 이뤄보기도 하고, 걱정스러운 현실을 떠나 두 번째 기회를 찾아오기도 한다. 나에게 그런 것처럼 모두에게, 눈을 떴을 때 두 번째 기회가 온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