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학창 시절 가장 기억에 남고,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이 누구냐고 물어 본다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박영주 선생님’이라고 대답한다. 존경하는 선생님이 있고 행복한 학창 시절의 추억이 있는 나는 그래서 행복하다.
초등학교 4학년 시절, 따뜻하고 포근한 마음으로 언제나 우리들을 보듬어 주셨던 ‘박영주 선생님!’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20년 학창 시절 동안 가장 행복했던 학창 시절은 박영주 선생님과 함께했던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서 옷을 예쁘게 잘 입고 다니지도 못했고, 맛있는 반찬으로 도시락을 싸 가지도 못했고, 공부를 썩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일기를 열심히 잘 쓰고 유난히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했었던 그것 하나 빼고는 뭐 하나 잘 하는 것도 없었던 나! 그런 나를,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그저 그런 평범한 아이였던 나를, 언제나 칭찬해 주시고 최고로 인정해 주신 박영주 선생님이 계셨다.
그때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선생님께서 수학을 어떻게 가르쳐 주셨는지 과학을, 국어를 어떻게 가르쳐 주셨는지 그런 것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박영주 선생님의 얼굴을 떠올리면 아련한 추억처럼 선생님께서 베풀어 주셨던 그 따뜻한 마음이 지금도 가슴 가득 느껴진다. 가슴 한켠에서 징~~ 소리가 나고 화롯불을 쬔 듯 훈훈해진다. 매사에 호기심 많고 무척이나 활발하고 심한 장난꾸러기였던 나를 언제나 따뜻하게 보살펴 주셨던 박영주 선생님!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호랑이처럼 무서우셨지만 항상 예쁘신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었고 나의 장점을 찾아서 많이 칭찬해 주셨다. 늘 나를 격려하고 인정해 주셨던 박영주 선생님! 오늘밤 유난히 박영주 선생님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4학년을 끝마칠 무렵 박영주 선생님께서는 결혼을 하셨고 그때 결혼식장에서 뵈었던 하얀 드레스를 입으신 그 모습은 정말 눈부시도록 아름다웠었다. 4학년 마지막 날,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 다 선생님과 헤어지기 싫어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때 선생님께서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시면서 우리들 손을 꼭 잡아 주시다가 마침내 선생님도 함께 우시던 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나도 그때 선생님의 그 손을 붙잡고 참 많이 울었었다.
내가 5학년이 되었을 때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신 후로 지금껏 한 번도 뵙지를 못한 박영주 선생님! 보고 싶습니다. 지금 어디 계시는지요? 한 사람의 교사가 한 아이의 인생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몸소 사랑의 실천으로 보여주신 박영주 선생님!
말썽꾸러기였던 저를 사랑으로 보살펴 주신 덕분에 이제는 초등 교사가 되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베풀어 주셨던 그 사랑의 백 분의 일 아니 천 분의 일이라도 지금 제가 아이들에게 주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그 모습을 닮아 가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아마도 그렇게 노력한다면, 선생님만큼 훌륭한 초등 교사가 되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아이들에게 죄를 짓는 교사는 되지 않겠지요.
선생님! 박영주 선생님! 정말 뵙고 싶습니다. 선생님! 어딘가에서 건강하게 잘 계시죠? 이제는 퇴임하시고 할머니가 되셨을 박영주 선생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유정오(대학원 교과교육전공)
*유정오: 진주 이반성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대학원 교과교육(국어) 박사과정에서 수학 중이다.
아름다운 우리말에 관심을 가지고 글쓰기를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