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첫 수업 시간, 아직 고등학생 티를 완전히 벗지 못한 풋풋한 18학번 문화콘텐츠학과 신입생들과의 설레었던 첫 만남이 여전히 생생하다. 수업 워밍업으로 ‘경남대 문화콘텐츠 학과에 대한 첫인상’을 다섯 줄로 표현해 보라는 쪽글 과제를 내주었다. 결과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문화콘텐츠’라는 단어는 자주 들어 익숙하긴 하지만 정확히 뭘 뜻하는지는 모호한 단어였다. 흥미로운 것은 ‘문화콘텐츠’라는 단어를 신입생들만 어렵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문화콘텐츠’는 말 그대로 ‘문화’와 ‘콘텐츠’가 결합된 단어다. 여기서 말하는 ‘콘텐츠’는 ‘콘텐츠 산업’의 생산물로, 문자, 음악(소리),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정 유통 채널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내용물(content)을 뜻한다. 파이프라인에 흘러가는 물에 비유한다면, 파이프라인은 미디어, 네트워크, 플랫폼 등이며, 파이프라인 안에 흘러가는 물이 바로 콘텐츠다. 따라서 ‘문화콘텐츠’는 다양한 콘텐츠 중에서도 ‘문화적 요소’를 갖고 있는 콘텐츠로 정의할 수 있으며, 문자와 소리, 영상의 조합으로 이뤄지는 영화, 게임, 비디오, 음악, 공연, 방송, 뉴미디어, 출판, 지식 정보, 캐릭터 등이 모두 해당된다.
이렇게 광범위한 문화콘텐츠 산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취급할 수 있는지 여부는 사실 오랜 논란거리다. 하지만 문화콘텐츠 산업에 속하는 분야들이 공유하는 여러 산업적 공통점들을 보면 하나의 산업군으로 충분히 묶일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지식재산권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미래형 산업이라는 점이 가장 대표적인 특징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수요를 미리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 위험도가 높은 산업군, 도박형 산업으로 이해되기도 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원천 콘텐츠가 시장으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게 되면, 수많은 파생 콘텐츠 상품을 통해 타 산업과 비교할 수 없는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현 시대에 문화콘텐츠 산업은 저성장 시대에 꾸준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새로운 경제 성장 전략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전 세계는 고용 없는 성장과 저성장으로 경제 위기론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세계의 콘텐츠 산업은 평균 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새로운 경제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고, 한국의 콘텐츠 산업 역시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5%씩 성장하며 매출 100조 원 시대에 진입하였다. 이미 성큼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인간의 창의성과 상상력에 기반하고 있는 문화콘텐츠 산업은 다른 산업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는 ‘뿌리 산업’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관광이나 교육, 의료,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융합되면서 국가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콘텐츠학과는 바로 이와 같은 세계적 흐름 속에서 미래 국가 성장 동력의 핵심이 될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데 그 지향점을 둔다. 다양한 실기와 이론 수업이 병행되는 문화콘텐츠학과의 전공 과정은 문화콘텐츠의 기획과 연출, 제작 과정은 물론 유통과 마케팅, 소비자 행동 분석에 이르기까지 문화콘텐츠 산업을 지탱하는 가치 사슬의 전 단계를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학생들이 스스로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자신의 강점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는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앞으로 문화콘텐츠학과에서 꿈을 찾고 키워 갈 18학번 새내기들이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 갈 주역이 되어 있을 날을 기대해 본다.
안채린(문화콘텐츠학과 조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