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학보 ‘한마 아고라’ 코너를 통해 여러분을 3년 전에 뵐 때는 공직 생활을 할 때였지만, 현재는 판교에 위치한 ‘kakaospace’에서 다른 ‘persona’를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환경이 바뀌면 생각도 바뀐다는 이 간단한 명제에 동의할 수 있는지요?
세계 일류 기업에서 근무하면서 제가 경험한 것은 공간(space)이란 무엇인가? 공간은 인간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 주는가? 그 변화는 어떤 것이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과 생각들입니다. 인간은 제한된 공간 속에서 타인을 만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배려하고, 증오하고 그 무엇인가를 함께 공유합니다. ‘공유되는 유형, 무형의 그 무엇’이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은 개발자 위주의 기업 환경 특성상 자유롭고 개방적인 공간입니다. 사회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조직은 기업이며 기업가 정신은 단순한 이윤 추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와 혁신을 통해 사회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진보시키는 것이라 확신합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고 그려보는 직장인의 모습은 일반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이곳의 풍경은 반바지, 티셔츠에 슬리퍼를 신고 출근하는 모습이 일반적인 모습이며 단순한 복장의 변화가 생각을 바꾼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편안함을 넘어서 ‘자유로움’입니다.
또 하나의 놀라운 체험은 이곳에서는 각자가 영어 이름을 만들어서 직급, 직책에 관계없이 언제나 영어 이름으로 통한다는 것입니다. 복장과 호칭. 단순하면서도 우리 한국 사회가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명제, 프레임에 둘러싸인 우리 사회가 흔쾌히 합의하고 결단하고 용인하기 어려운 과제가 아닌가 합니다.
판교에는 많은 스마트 오피스들이 있지만, 판교테크노밸리 전철역과 연계된 ‘kakao agit’는 회사가 직원(크루)을 대하는 배려가 묻어 있습니다. 이 건물의 내부 공간 모습은 자연광을 최대한 유입시키고 친환경 식물을 배치하여 심리적인 안전감을 가져다 주고 건물의 중앙 부분은 개방감 있게 뚫려 있어서 크루들이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개방된 넓은 공간을 만나게 됩니다. 이러한 것을 ‘void’라고 하는데. 기존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상식을 넘어선 내부 구성원들을 생각하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여유롭게 주는 신선한 시도이자 실험정신이며 향후 사무 공간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한 기업인의 생각이 사회를 바꾼 사례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정원일(경영학과 졸업 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