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인공지능 AI의 할거(割據) 시대를 우려한다
[정일근의 발밤발밤] 인공지능 AI의 할거(割據) 시대를 우려한다
  • 언론출판원
  • 승인 2023.05.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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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Open AI 사에서 공개한 인공지능 기반의 챗봇 서비스인 ‘챗GPT’가 독주할 줄 알았던 AI 시장에 구글의 ‘바드(Bard)’가 나와 혼전 양상을 보인다. 구글은 기존에 영어로만 이용 가능했던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바드’에 한국어와 일본어 지원을 추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검색서비스 ‘빙’에 대화형 AI를 적용해 놓았다. 바야흐로 AI 전성기가 우리 시대에 열리고 있다.

  현재 챗GPT는 유료 가입자만 인터넷 탐색이 가능한 GPT-4를 이용할 수 있다. 또 3시간에 25개 질문만 할 수 있다. 빙은 무료지만 하루에 질문 20개로 제한하고 있다. 구글 바드는 무료에 질문도 무제한이다. 인공지능 이용자들이 구글로 몰리게 될 것은 뻔한 이치지 않은가. 

  그러자 챗GPT의 즉각적인 반격이 시작됐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모바일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AI 챗봇 챗GPT 전용 앱이 탄생했다. 이로써 스마트폰으로 챗GPT와 ‘대화’를 하게 됐다. 이는 AI 비서를 둔 것처럼 ‘음성’으로 손쉽게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다.

  나는 내가 사는, 이 시대에 AI가 불쑥 밀고 들어온 것이 행운인지 불행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편리한 점으로 보면 행운이지만 경쟁하듯 쏟아지는 AI들이 만들어 낼 ‘전쟁’을 예상해보면 부작용 또한 만만찮을 것이다. 특히 ‘컴’과 생활하는 MZ세대에게는 지식에 접근하는 방법이 앞 세대에 비교해 굉장히 편리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잽싼 지식’이 결코 지혜를 만들어주지 못한다.

  지식과 지혜는 다른 것이다. 지식은 ‘어떤 대상에 대하여 배우거나 실천을 통하여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고, 지혜는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이다. 어떠한 AI도 사람에게 지혜를 가르쳐주지 못한다. 지혜는 경륜에서 온다. 경륜은 인생과 경험이 만들어주는 선물이다.
미국의 소설가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 1804~1864)의 『큰 바위 얼굴(Great Stone Face)』이란 소설이 있다. 그는 유명한 『주홍글씨』란 작품을 쓴 작가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어니스트’는 어린 시절부터 마을 바위산을 보고 자랐다. 어니스트는 어머니로부터 저 바위산과 닮은 얼굴의 위대한 인물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설을 굳게 믿고, 어린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살면서 큰 바위 얼굴과 닮은 인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는 이야기다.

  지금 우리가 환호하며 기다리는 AI가 ‘큰 바위 얼굴’인지 모른다. 어리석게 널리 인간을 지혜롭게 만들어주는 ‘지혜로운 지식’을 기다리는 것은 아닐지. 앞으로 AI 시장은 춘추전국 시대 마냥 군웅이 할거할 것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아직 지혜의 안목을 갖추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 끼칠 악영향이다. 

  책을 읽어 배우는 지식과 요약돼 전달받는 지식은 다르다. 시간이 지식을 지혜로 발효시켜 주는 즐거움을 알지 못하면 그 모든 지식은 허사다. 지혜는 오직 스스로 익혀야 딸 수 있는 인생의 열매인 것이다.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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