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라이더들은 왜 ‘도로 위 무법자’가 되었나
배달 라이더들은 왜 ‘도로 위 무법자’가 되었나
  • 전은주 기자
  • 승인 2023.05.10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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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규를 지키며 배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서울 중구 명동10길

  번호판도 헬멧도 없이 인도를 주행하고, 적색 등을 무시하는 등 여러 교통 법규를 어기는 이들이 있다. 각종 SNS에서는 그들을 ‘딸배’라 칭한다. ‘딸배’란 오토바이 배달 기사들을 비하하는 멸칭으로, 배달을 거꾸로 읽은 은어 ‘달배’에서 유래했다. 이들의 난폭 운전은 도로 위에서 자주 목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배달 라이더들의 법규 위반을 신고하는 콘텐츠를 제작 및 업로드하는 ‘딸배헌터’라는 유튜버가 등장하며 현재 큰 관심을 얻는 중이다. 약 3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딸배헌터’의 영상에는 칭찬 댓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배달 라이더들의 실태에 대해 알아보자. / 사회부

 

  지난 4월 28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은 5월 5일 파업을 예고했다. 노조 측은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은 지난해만 해도 4,200억 원의 영업 이익을 거뒀지만, 라이더 기본 배달료는 9년째 올리지 않아 이에 분노하며 경고 파업을 진행한다.”라고 밝혔다. ‘배달의민족’은 국내 배달 점유율 1위에 차지하고 있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이다.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은 ▲9년째 동결 중인 기본 배달료를 3천 원에서 4천 원으로 인상 ▲수도권보다 낮은 지방의 기본 배달료 차별 중단 ▲배달에 따른 고정 인센티브 지급 등을 요구했다.

 

# 도로 위의 무법자, 배달 라이더?

  배달 라이더의 폭주 문제는 전부터 꾸준하게 언급되어 왔다. 신호 대기 중 차간 주행과 갓길 주행을 통해 신호 대기 중인 맨 앞 차량을 추월하여 정지선 위반을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특히 코로나19의 여파로 배달 산업이 급격히 성장함에 따라 배달 라이더들의 수도 늘며 여러 교통 법규 위반 및 범법 행위가 자주 포착됐다. 과속, 끼어들기,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불법 유턴, 횡단보도 주행, 인도 주행, 번호판 훼손 등 교통 법규 위반 및 범법행위가 이어지자, 배달 라이더에 대한 부정적 인식들이 널리 퍼졌다. 그뿐만 아니라 고객의 음식을 빼서 훔쳐먹는 사례가 입소문으로 퍼지며 배달 라이더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하게 됐다.

  이러한 이유로 2010년대 후반부터 배달 라이더들을 ‘딸배’라 지칭하는 현상이 급격히 늘어났고, 이들을 신고하는 ‘딸배헌터’가 등장하자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딸배헌터’는 유튜버로 활동하기 이전에는 교통 법규를 위반하는 배달 라이더들의 위반 장면을 촬영으로 고발하는 국민신문고, 스마트국민제보 등에 신고하는 게시글을 올리며 활동해 왔다. 그러다 2021년 9월부터 유튜브를 운영하기 시작하며 이러한 활동을 영상으로 업로드하고 있다. 영상에는 법규 위반 배달 라이더를 신고하는 영상뿐만 아니라 적절한 신고 방법을 알려주는 등의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 배달 라이더들은 왜 폭주하는가?

  배달 라이더와 같은 개인 사업자는 노동하는 만큼 수익을 올리는 프리랜서다. 프리랜서는 선택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직종 특성상 안정적인 수익을 영위하기는 쉽지 않다. 일이 없으면 어떠한 수익도 없기에 소득의 안정성을 보장받기 어렵다. 또한 노동자가 아닌 프리랜서로 분류되기에 최저 임금 적용 대상도 아니다.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월 배달앱(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는 총 2,897만 명이었다. 지난 1월 사용자 수 3만 2,021만 명보다 무려 100만 명 이상이 감소했다. 특히 쿠팡이츠는 전년 대비 50%나 이용자 수가 줄었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배달 대신 외식 수요가 늘어 배달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특별한 날이나 시간이 아니라면 주문이 항상 일정하게 접수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배달 라이더들은 20~30분씩 콜을 기다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를 콜이 전혀 없는 상태, 콜이 사망했다는 뜻으로 ‘콜사’라고 부른다.

  고용노동부가 배달 라이더 5,626명을 대상으로 2021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86%가 배달 재촉을 경험했다 답했다. 배달 라이더들은 음식을 식지 않게 전달하기 위해 매번 시간에 쫓긴다. 지난 12월 2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 배달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6개월간 배달 종사자 10명 중 4.3명이 교통사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인으로는 ▲촉박한 배달 시간에 따른 무리한 운전(42.8%) ▲상대 운전자의 미숙 또는 부주의(41.4%) ▲배달을 많이 하기 위한 무리한 운전(32.2%)이었다. 설문에 응답한 배달업 종사자들은 근로 여건 개선을 위해 배달 수수료 체계 개선(43.8%)이 가장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건이라도 더 배달해야 하고, 피크타임에만 치솟는 배달료로 인해 한 건이라도 더 빨리 배달하기 위해 서두르다 보니 사고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교통 법규를 지키며 배달할 수 있는 ‘안전배달료’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전배달료’는 무리한 배달을 하지 않도록 시간당 배달 건수를 제한하고 일정액 이상의 적정 배달료를 산정하여 보장한다. 라이더유니온 측은 “아무리 단속을 강화해도 사고율은 잡히지 않는다. 단속보다 생계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라며 배달노동자의 안전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배달료의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 2시간 온라인 교육만 이수하면 배달 가능

  배달 라이더들을 위한 교통안전 교육 강화 필요성도 시급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의거해 기본 교육으로 배달 라이더를 하기 위해서는 2시간 안전 교육을 들어야 한다. 안전 보건 교육은 2개의 강의로 이뤄진다. 첫 번째 강의는 운행 수단별 탑승 및 안전 점검 사항과 근무복장, 안전 보호구, 교통안전 등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두 번째 강의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관련 법률과 사고 사례의 대처 방법에 관해 설명한다. 2개의 강의를 시청하고 나면 강의와 관련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이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손쉽게 정답을 찾아볼 수 있다. 강의는 대체로 온라인으로 이뤄지며, 배달 라이더들은 2시간의 의무 안전 교육만 받으면 바로 현장에 투입된다. 배달 안전 교육이 부실한 상황이다.

 

  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이륜차를 활용한 배달업이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원인을 찾고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배달 음식은 이제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배달 라이더들의 신호 위반, 과속 운전은 여전하다. 배달 라이더들은 더 뛰어야 더 벌 수 있고, 혹여나 배달이 늦으면 음식값을 라이더가 다 물어야 하는 상황이 닥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배달플랫폼 업계의 노력이 절실하다. 배달 라이더들이 교통 법규를 위반하게 만드는 노동 환경 개선, 안전 교육 강화 등 법규를 지키며 안전하게 배달하고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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