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 전염성, 모방 자살
자살의 전염성, 모방 자살
  • 문정호 기자
  • 승인 2023.05.1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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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

 

 

지난 19일 10·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의 멤버 문빈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다음 날인 20일에는 강남 압구정의 한 아파트에서 10대 학생이 떨어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해당 사건을 보며 연예인 등과 같은 유명인과 자신을 동일시해 극단적인 선택까지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안타까운 목숨을 잃게 되는 자살과 베르테르 효과에 대해 알아보자. / 사회부

 

 자살은 죽음을 초래할 의도를 가지고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끊는 행위다. 이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지속해서 언급되는 세계적인 사회 문제 중 하나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다. OECD 국가의 자살률 평균은 연평균 인구 10만 명을 기준으로 11.1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 23.6명으로 약 2배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최근 10·20대 사이에서는 죽음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를 초래 하는 경우도 보인다. 더 이상 유명인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끼리도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 ‘베르테르 효과’란 무엇인가?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는 평소 자신이 존경한 인물, 또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 생을 마감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그 대상을 모방해 자신도 생을 마감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은 독일의 문학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1774 년 출간한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에서 유래되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베르테르’가 목숨을 끊자 유럽에서 베르테르 열풍이 불었다. 많은 젊은이가 소설 속에 베르테르의 옷차림을 따라하기도 하며 슬픔에 공감했다. 그를 모방하여 자살을 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그 후 1974년 사회학자 데 이비드 필립스(David Philips)가 언론에 보도되는 유명인이 자살 하는 사건 이후에 눈에 띄게 일반인의 자살률이 함께 증가하는 것을 보고 ‘베르테르 효과’라고 이름을 붙였다.

 유명인의 행동은 백 마디의 말보다 설득력이 강하다. 유명인이 자살하면 언론은 이 사실을 반복적으로 보도한다. 이러한 언론의 보도에 영향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자살한 유명인과 자신이 처한 어려움이 비슷한 경우 더 큰 심리적 영향을 받는다. 자살한 유명인과 같은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을 위해 같은 장소를 찾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베르테르 효과’로 인해 자살에도 전염성이 있기에, 유명인들의 극단적 선택은 한 사람의 죽음으로만 끝나지 않고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곤 한다.

 

- 자살을 부추기는 인터넷 커뮤니티

 최근 10대 학생들 사이에선 자살을 부추기는 커뮤니티가 전파되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오후 2시경 10대 여학생 A양이 빌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장면이 SNS를 통해 생중계된 사건이 발생했다. 더군다나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까지 어떠한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송출되었다. 당시 이 영상을 보고 있던 사람은 20여 명 이었으나 해당 영상은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졌고, 많은 이들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보며 SNS의 발달로 ‘베르테르 효과’는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A양은 극단적인 선택 전 ‘우울증 갤러리’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였다. 여학생은 우울증 갤러리에서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할 사람을 모집했다. 이후 커뮤니티를 통해 동반 자살을 할 사람을 만났으나, 죽음이 두려워 A양을 두고 혼자 집으로 돌아갔다. 결국 홀로 남은 A양은 라이브 방송을 키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러한 중계 영상들은 시청하는 이들에게 죽음을 부추기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고 싶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행위다. 또, 정신적인 충격으로 영상의 장면이 머리 속에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직접 삭제하거나 강제할 권한이 없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삭제하려면 1~2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번 사건 이후 경찰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를 일시 차단 요청을 했으나 디시인사이드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울증 갤러리’는 죽음 방조 외에도 마약, 성 착취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극단적인 선택을 부추기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사업자 윤리 규정을 강화하는 등의 적극적 조치로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

 

-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자살은 주변의 관심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단순히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의 책임으로만 둬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나서서 자살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예방해야 한다. 정부에서 정확한 실태 파악을 하고, 제대로 된 정책과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2004년부터 자살을 막기 위해 여러 예방 대책을 마련했다. 2006년에는 지하 철도에 몸을 던져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설치하였다. 또, 2011년에는 맹독성 농약을 먹고 자살하는 사람을 예방하기 위해 맹독성 농약 생산을 금지했다.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며 2011년 자살률은 정점을 찍고 점차 줄어들었다. 이후에는 자살예방법이 통과되고, 중앙자살 예방센터가 설립되는 등 정부에서는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하지 만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미디어의 노력도 요구된다. 자살 관련 뉴스가 일반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절대 적지 않다. 그렇기에 베르테르 효과를 억제하기 위해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보도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기자협회와 보건복지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자살 보도 권고 기준 3.0을 제시하였다. 자살 보도 권고 기준에는 5가지 원칙으로 구성된다.

 먼저 기사 제목에 ‘자살’이나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의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구체적인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아야 하며, 자살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은 모방 자살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외에도 고인의 인격과 사생활 존중 등 자살 보도 권고 기준를 통해 자살 관련 정보의 무분별한 확대 재생산과 자살률을 억제할 수 있다. 그렇기에 언론에서 자살과 관련된 내용을 보도할 때는 잘 판단하여 신중하게 기사화해야 한다.

 자살을 시도하기 전 자신의 의지나 고통을 주변에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주변에서 이 신호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되면 비극을 맞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주변에서 그런 신호를 보내면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치료받게 해야 한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다면 도움을 주자.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 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 9191,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자살을 결정하는 원인이나 결정 과정은 개인마다 다양하고, 때로는 당사자를 잘 안다고 생각하더라도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극단적인 시도를 하는 사람들은 자살이 모든 일의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자살은 무책임한 행동이며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는 평생 짊어져야 할 상처를 남기게 된다. 생명은 누구나 소중하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아까운 목숨을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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