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23학번 새내기 친구들에게-제일 먼저 나무와 친구 되길 권하며
[정일근의 발밤발밤] 23학번 새내기 친구들에게-제일 먼저 나무와 친구 되길 권하며
  • 언론출판원
  • 승인 2023.03.1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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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피고 잎 피는 무렵 찾아오는 추위를 두고 ‘꽃샘추위’, ‘잎샘추위’란 말이 생겼나 봅니다. 누가 처음 만든 말인지 서정시처럼 참 아름다운 우리말입니다. 여기서 샘이란 시샘이란 말의 준말입니다. 나무에 따라 꽃이 먼저 찾아오기도 하고, 잎이 먼저 오기도 합니다. 그때 시샘하듯 찾아오는 반짝 추위가 꽃샘추위고 잎샘추위입니다. 이 말은 우리에게 나무가 없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말하지 않는 나무가 사람에게 준 위대한 선물인 셈입니다.

  계절은 참 신비합니다. 봄이 온다는 소식에 겨우내 침묵하던 월영 캠퍼스 나무들에서 오래 참았던 숨 멈춤을 풀고 다시 천천히 호흡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추웠던 지난겨울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하기만 한 새들은 그 소리 듣고 나무에게 제일 먼저 힘찬 날갯짓으로 날아옵니다. 어린 벌레들이 꿈틀거리며 나무에게 찾아옵니다. 이 봄, 생명의 환희에 제일 먼저 답하는 것 역시 약동(躍動)하는 생명입니다.

  젊은 벗이여. 나는 이 봄에 그대가 나무 한 그루 곁에서 꽃이 피고 잎이 나는 것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이해하는 ‘좋은 관찰자’가 되길 권합니다. 또한 그것을 꼼꼼하게 자신의 비밀 노트에 기록해 보길 바랍니다. 자연을 관찰하는 자세에서 노래가 나오고 시가 나오고 철학이 찾아옵니다. 나무는 사람의 평생 곁에서 꽃을 피우지만 우리는 그 과정의 순간만을 알 뿐입니다. 나무의, 나아가 숲과 자연의 친구가 되길 위해 전부를 아는 일과 세세하게 아는 것까지 필요합니다. 처음 시작하는 지금, 그것을 실천하고 배우며 나무의 친구가 되길 바랍니다.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라 했습니다. 숲은 그 가르침을 전해주는 노천강의실이며, 나무는 그대의 평생 도반(道伴)입니다. 좋은 친구란 말입니다.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만 자연은, 나무는 자신을 다 내어주는 우리에게 고마운 친구입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 했습니다. 나무는 평생을 주기만 하는 친구입니다. 나는 그대가 여기 월영 캠퍼스에 뿌리 내린 나무들과 좋은 친구로 지내길 바랍니다. 나무에게 자주 찾아가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분명 나무도 그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줄 것입니다.

  부처가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미래에 올 미륵부처가 용화수란 나무 아래서 세 번의 설법을 한다는 말씀 역시 같은 의미입니다. 유사 이래 깨달은 자는 나무와 친했습니다. 그대가 대학에서 나무와 친구가 되는 것은 긴 인생을 함께 할 진짜 친구를 만나는 것입니다. 나무는 친구며 그대의 미래를 비춰줄 등대며 길을 잃을 때마다 펼쳐보는 인생 지도가 되어 줄 것입니다.
젊은 벗들이여. 봄은 다시 시작하는 계절입니다. 나무와 함께 봄을 시작하면 여름의 풍성함과 가을의 찬란함 겨울의 인내를 배우게 될 것입니다.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사귄 나무 친구들과 아름답고 향기롭길 축원합니다. 곧 월영 캠퍼스 고참 나무인 벚나무마다 축포 같은 연분홍 꽃들이 피고 질 것입니다. 그 나무 곁에서 나무의 노래를 들으며 사색하는 그대들을 나는 만나고 싶습니다.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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