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나의 연구, 나의 교육] 덕업일치,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다
[교수칼럼-나의 연구, 나의 교육] 덕업일치,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다
  • 언론출판원
  • 승인 2023.03.0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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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릴 때, 소위 텔레비전, 게임기, 컴퓨터와 같은 미디어가 너무 신기했다. 거실에 한 대 있는 텔레비전에는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이 시간대마다 나왔고 종종 콘솔 게임기를 통한 게임을 하거나 볼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컴퓨터가 생겼다. 웹페이지에 익명으로 단편 소설들을 올렸을 때, 그걸 본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내 글을 좋아해 주는 것을 보고 즐겁고 행복했다. 그때부터였다. 대체 사람들을 연결시켜 주는 미디어가 뭘까. 내가 현존하고 있는 이 물리적 공간을 뛰어넘는 친밀감(intimacy)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그렇게 나는 미디어 연구자가 됐다. 내가 있는 공간을 뛰어넘어 가상적 공간으로 연결되는 느낌. 그것을 미디어 연구자들은‘파라소셜 인터랙션(parasocial interaction)’이라고 부른다.
  나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불리는 세대의 미디어적 환경을 거쳤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환경이 익숙하고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세대. H.O.T, 젝스키스 등 K팝 아이돌 그룹의 탄생을 직접 목도한 세대. 덕질이라는 것도 인터넷을 통해 배웠고, 미디어를 통해 직접적으로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을 자유롭게 소통할 수도 있었다. 학부에서 공부를 마치고, 대학원을 진학하면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의 연관관계를 좀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를 매료시켰던 건 영상 텍스트였다. 당시 나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DSLR을 구매하고, 캠코더로 일상을 촬영하는 일을 즐겼다. 영화감독이나 방송국 PD가 되겠다는 꿈보다, 그냥 일상을 기록하고 이것들을 남겨두는 일이 좋았고 그것이 취미생활이 됐다. 그리고 그게 어느 순간 유튜브라는 채널을 통해 유통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박사 과정이 끝난 후, 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라는 공공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게 됐다. 무엇보다 공부만 했던 나에게 학문과 산업적 연계를 직접적으로 진행해 보고 싶은 욕망이 컸다. 그 당시(2016) 웹소설이 해외에서 영상화 작업을 통해 큰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트와일라잇>이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인터넷 소설의 형식으로 확산되어 영화화까지 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이용자와 생산자의 경계가 무너지는 그 과정이 나에게 매력적이었고, 그것이 바로 IP(지적 재산권)라는 이름으로 매체 전환, 즉 다양한 미디어로 확산되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내 연구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덕질, 웹소설, 웹툰, 그리고 게임과 영화, 드라마, 마블과 넷플릭스. 난 공공기관에서 학교로 직업을 옮기면서,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해볼 것을 늘 조언한다. 그것이 데려다줄 당신들의 미래는 놀랍게도 다층적이며 무지갯빛이다. 아이돌을 좋아하면서 모았던 포토 카드, 그 누구도 써주지 않는 내 취향의 로맨스 소설은 내가 쓰고 말겠다는 나의 의지, 그런 것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랐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순수한 열망은 결국 자신을 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들고, 무언가를 기획할 수 있게 하며, 그것을 원동력으로 나를 빛나게 한다. 좋아하는 것을 찾는 일. 그것이 가장 먼저라는 것을 내 수업과 연구에선 늘 말하고 있다.

장민지(미디어영상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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