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바다가 험하다고 해서 고래는 항진(亢進)을 멈추지 않는다
[정일근의 발밤발밤] 바다가 험하다고 해서 고래는 항진(亢進)을 멈추지 않는다
  • 언론출판원
  • 승인 2023.03.0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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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영 캠퍼스의 봄은 신입생이 만든다. 대학에 해마다 봄이 오는 것은 3월에 입학하는 신입생이 캠퍼스의 주인공으로 새롭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길고 추운 겨울을 견딘 나뭇가지마다 되살아오는 푸릇푸릇한 봄소식처럼, 대학 새내기가 빚어내는 활기차고 생동적인 열기가 캠퍼스의 봄을 연다. 그래서 새 학기 새내기를 볼 때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를 안다. 봄은 겨울을 이기고 오지만 사람이 봄을 만든다는 것을 우리나라 대학과 신입생을 통해서도 보는 것이다.

  대학을 흔드는 강도 높은 위기는 예년에 비해 더욱더 강해지고 있다. 이는 우리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지방대학이 모두 위기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대학의 위기가 해마다 심화하고 있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그 현상을 수도권이 아닌 지방대학만이 겪고 있는 일이다. 대학의 존폐에 수도권 중심으로 돌아가는, 쉽게 해결 불가능한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가로막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대학 학령인구(만 18세)가 대학 입학 정원에 미달하기 시작했다. 대학 문은 넓은데 공부할 학생이 없는 것이다. 2021년 대학 입학 정원이 49만 2천 명인데 학생 총수는 47만 6천 명뿐이었다. 피해는 지방대학으로 고스란히 돌아갔다, 신입생 모집 미달 사태가
속출했는데, 그중 90%가 지방대학에서 발생했다. 그것은 신호탄에 불과했다.

  현행 대학 입시 수시 모집은 최대 6개 대학까지 지원할 수 있다. 따라서 경쟁률 6대1 미만은 사실상 미달인 셈이다.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 격차는 2021학년도 12.91 대 1 : 5.67 대 1에서, 2022학년도 13.95 대 1 : 6.04 대 1을 기록했다. 올해도 14.33 대 1 : 5.72 대 1이었다. 지방대학은 청년 인구의 수도권 유입에 따른 경쟁력 약화 현상을 3년째 겪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건 ‘귀신고래’(Gray Whale)가 멀리 있는 바다로 회유하는 일과 같다. 생존을 위해 추운 오호츠크해를 떠나 따뜻한 남쪽 바다를 찾아가는 일이다. 멈추면 모두 공멸하는 현실 앞에 우리는 항진(亢進)을 멈출 수 없다. 날개로 자기 몸을 때려 날아가는 맹금처럼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 교육은 어떠한 위기 속에서도 계속되어야 한다. 전쟁 중에 대학의 문을 닫지 못하는 사명과 같다.

  한마(汗馬)는 함께 달려야 한다. 대학만의 일이 아니다. 대학과 지역사회와 15만 동문이 함께해야 하는 일이다. 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청년 인구의 서울 유입은 결국 지역을 초고령화 사회로 몰고 갈 뿐이다. 동문은 자신의 교육적인 뿌리를 지키는 일에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할 때다. 결코 외면할 일은 아니다. 더욱 뜨겁게 껴안아야 할 시간이다.

  올해 새내기와 재학생과 함께 한마가 항진할 바다는 거칠고 험한 바다다. 멈출 수 없기에 힘찬 항진만이 도전의 자세이며 발전의 길이다. 우리는 헤쳐 나갈 것이다. 기회는 노력하는 사람의 몫이지 않은가. 길이 새롭게 열릴 때까지, 우리가 사랑하는 학생들이 원하는 곳에 닿을 때까지 결코 멈춰서는 안 된다.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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