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 상처,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 상처,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 조현석 기자
  • 승인 2023.03.02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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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상태

 

  지난 2월 6일 튀르키예 시각 새벽 4시경, 지진 규모 측정 척도인 모멘트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 동남부 가지안테프 인근을 강타했다. 이번 강진은 튀르키예 공화국 설립 이후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강력했으며, 이전까지 발생한 지진 중에서 가장 큰 피해를 준 걸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는 한번에 그치지 않았다. 첫 지진이 발생한 지 9시간이 지난 오후 1시경에 발생한 2차 강진은 튀르키예 남동부를 비롯한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일어나 양 국가에 극심한 피해를 줬다.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의 피해 및 현지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 사회부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의 피해는 지난 2011 년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보다 더 큰 인명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산되었다. 첫 지진의 발생 시간이 새벽이라 사람들이 건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후 닥쳐온 영하의 강추위 또한 피해를 가중한 원인 중 하나다. 추가로 본진에 영향을 받아 다른 지층에서 일어난 규 모 7.5의 유발 지진, 규모 4.0을 넘어가는 200차 례 이상의 여진을 포함해 2월 20일에 발생한 규모 6.3의 강진도 부가적인 피해를 낳았다.

 

지진으로 인한 대규모 피해와 그 원인

  이번 지진으로 인해 264,000채 이상의 건물이 파괴되고, 최소 840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가 생겼다. 경제적 피해뿐만 아니라 많은 사상자도 생겨났다. 최소 5만 명이 사망하였으며, 12만 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더불어 총 이재민은 약 2,300만 명으로 이는 튀르키예 인구의 25%가량 을 넘는다. 이는 21세기 들어 가장 많은 이재민 피해인 걸로 추산된다.

  특히나 피해가 큰 이유는 튀르키예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과 관련이 크다. 지진이 발생한 지역의 동 아나톨리아 단층은 단층 상부와 하부가 단층면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하는 ‘주향이동단층’ 의 성질을 지녔다. 대체로 건축물은 수직보다 수평으로 흔들리는 데에 더 취약하기에 같은 규모 지진이더라도 단층이 수직으로 이동하는 역단층, 정단층보다 피해가 큰 구조다. 또한 영국 지질조사국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최근 단층의 지진 활동이 없어 그만큼 에너지를 축적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즉, 오랫동안 지층에 축적된 힘이 이번에 한 번에 폭발하듯 방출되었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부실한 건축물이 피해를 키웠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피해 구역엔 지진에 취약한 보강되지 않은 벽돌이나 저층 규모의 콘크리트 건물이 다수였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재난학 교수 데이비드 알렉산더는 이번 지진의 원인으로 ‘내진 설계’를 원인으로 삼았다. 1999년 북부 지역의 강진으로 1만 7천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건축 내정 규정을 강화했으나, 기존 건물의 개축 과정에서 제대로 지켜 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2022년, 2019년에 신축된 아파트가 이번 지진으로 붕괴한 거로 밝혀졌다. BBC는 내진 설계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이유로 자진세를 내면 내진 설계를 면제해주는 법정 관행을 꼽았다. 실제로 2018년 당시 튀르키예 건물의 절반인 약 1,500만 채가 규정을 위반해 지어졌다고 보도했다.

 

재난 이후 지원의 손길과 현지 상황

  튀르키예 정부는 지진 발생 당일인 2월 6일부터 구조 작업에 들어갔다. 동시에 구조대와 보급 비행기를 급파하고 최고 단계인 4단계 경보를 발령하여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미국 백악관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이 세계 곳곳에서 모든 지원을 약속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또, 지리적인 위치가 가까운 유럽연합(EU)은 피해 지역에 긴급구호팀을 당일에 급파하는 등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문제를 두고 최근 튀르키예와 갈등을 맺은 스웨덴, 핀란드, 그리스 또한 신속한 지원 의사를 드러냈다. 더불어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분쟁 문제를 잠시 접어두고 현지를 도울 것을 밝혔다.

  전 세계의 인도적 손길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상흔은 쉽게 치유되지 않을 모습이다. 잦은 여진과 추위, 전염병 우려 등으로 구조 작업에 차질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2월 14일부터 일부 도시는 생존자 구조를 그만뒀다. 그렇게 지진 발생 2주 뒤인 2월 20일에 튀르키예 정부는 공식적인 구조 작업을 철수하고 생존자들에 대한 의료 지원으로 구호 방향을 전환하였다. 구조 작업 중 발생한 빈번한 약탈, 집단 린치 등으로 치안이 악화하고 있어 이에 대한 안정화를 우선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튀르키예에 반해 시리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진 피해 지역이 13년 동안 내전으로 고통받았던 반군 구역이라 피해에 취약한 난민촌이 다수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재난 발생 직후 2월 10일까지는 시리아 정부가 반군 지역에 대한 국경 개방을 승인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국경 개방 전까진 민간방위대인 ‘화이트헬맷’에만 생손자 수색을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국경 개방 이후에도 재난 지역이 정부 통제 구역과 반군 점령 구역으로 나뉘어 원활한 작업이 이뤄지기 힘들었다. 이에 국경없는 의사회는 “반군 지역은 턱없이 부족한 물자만이 국경을 통해 수송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가 2월 14일에 추가로 국경을 개방하긴 했으 나, 구호 단체들은 이 경로로 인도주의적 지원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진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변동

  이번 재난의 여파로 국제사회 또한 적잖이 흔들릴 예정이다. 우선 지진의 영향으로 튀르키예에서 유럽으로 가는 일부 천연가스관이 손실되어 전체적인 가스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BBC는 이에 대해 가스 가격 상승으로 인해 전체적인 식량값이 상승할 수도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또한, 세계 최대의 크롬 생산업체인 ‘Turkey Eti Krom’도 지진의 영향으로 크롬 광석 수출을 무기한으로 중단했다. 이에 크롬 대부분을 튀르키예에서 수입하는 중국을 비롯한 관련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걸로 예상된다. 더불어 철강 시장도 흔들리려 한다. 유럽은 대부분의 철강을 튀르키예에 의존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이번 지진으 로 튀르키예 내 3분의 1 정도의 철강 생산이 마비되었기에 관련 시장이 요동칠 전망이다

  난민 문제도 불거졌다. 앞서 튀르키예는 시리아 내전 이후 난민 수용정책을 펼쳐 400만 명에 달하는 난민을 수용 중이었다. 하지만 지진으로 악화한 경제적 위기와 국수주의적 분위기로 인해 난민 차별 분위기가 튀르키예에서 팽배 중이다. 일부 시리아 난민들은 자국으로 돌아가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대부분 난민은 갈 곳을 잃은 상태로 체류하고 있다.

 

  월드비전을 포함한 세계 구호단체들은 이번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이 완전히 회복되려면 한 세대 이상이 걸릴 거라고 바라봤다. 세계 각지를 비롯한 국내 단체에서의 성금과 지속적인 관심이 없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우리나라도 6.25 전쟁같이 국가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을 때 튀르키예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 이제 는 우리가 슬픔을 겪고 있는 튀르키예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 때다. 카카오 같이가치, 네이버 해피빈, 국제구호개발 NGO 등 적은 금액이라도 기부할 수 있는 모금함들이 운영되고 있으니 우리 대학 학우들도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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