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군. 자랑스러운 자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하네.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19’로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증유의 혼란과 혼돈의 시기에 복학해서, 마스크를 쓰고 보낸 자네의 3년은 힘든 시기였을 것이네. 하지만 나는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라는 평범하면서도 위대한 그 진리를 믿네.
‘신은 인간에게 고통을 줄 때 선물도 같이 주신다.’라는 말이 있네. 2020~2022년까지 3년간 대학 시절을 보낸 ‘마스크 청춘’에게 신은 힘든 시간이라는 고통과 함께 스스로 헤쳐가는 힘과 능력을 선물했을 것이라 나는 믿네. 예년과는 전혀 다른 시간의 흐름이 K군 자네의 발목을 잡았겠지만, 묵묵히 자신이 희망하는 길을 향해 더디지만 꾸준하게 걸어가는 것을 나는 지켜보았네.
코로나19 3년은 기존의 대학 생활에 비교해 60~70%쯤밖에 되지 않는 효율만을 제공했을 것이라 보네. 훗날 역사는 이 시기를 무엇이라 이름할지 나는 궁금해지네. 분명히 이 위기의 시기를 견뎌낸 청춘에겐 ‘도전의 면역력’이 강하게 형성되었다고 믿네. 그 면역력이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자네의 내공이며 장점이 될 것이라 믿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자신의 갈 길을 밝히는 환한 등불이 될 것이네.
K군. 남다른 열정으로 미리미리 취업 준비를 하고, 실패의 쓴맛을 보았던 몇 번의 좌절에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졸업 전에 ‘취업의 꿈’을 이룬 도전에 다시 한번 더 박수를 보내네. 그 소식에 자네를 위해 쉬지 않고 헌신하시던 부모님의 환한 얼굴을 나는 잊지 못할 것이네. 효도라는 것, 거창한 것이 아니네. 자네의 최선, 그것의 다름 아니니 언제나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으로 긴 인생 헤쳐 나가길 바라네.
K군. 자네와 함께한 3년간의 시 창작 강의는 행복한 시간이었네. 늦은 시간까지 시를 붙잡고 물어보았던 그 길은 사회에 나가서 계속 이어지길 바라네. 요즘 화제인 ‘OPEN AI’의 ‘챗 GPT’가 시를 척척 써대는 그건, 15초의 기계적인 답변에 불과하네. 사람이 쓰는 시는 오래 삭여 자기 심장에서 터져 나오는 붉은 사람의 노래란 것을 명심하게.
이제 교문을 떠나는 자네에게 꼭 한 가지만 당부하네. ‘鈍筆勝聰’(둔필승총)이란 말이 있네. ‘둔한 사람의 기록이 똑똑한 사람의 머리를 이긴다.̓라는 뜻이네. 이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지에서 500권이 넘는 많은 저서를 펴낸 힘이며, 자식들에게 수시로 강조한 교육철학이었네. 앞으로 ‘챗 GPT’가 21세기를 끌고 갈 것이네. 사람이 AI를 이기는 것은 무엇이든 기록하는 일이네.
세상 어떤 위대한 일인들 기록하지 않으면 역사가 되지 못하네. 하루를 기록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일 년을 기록하며 인생의 지도를 만들어 나간다면 어떠한 위기에도 길을 잃지 않고 지혜롭게 헤쳐 나갈 것이네. 사랑하는 K군. 명심하게. 앞으로 다가올 한마의 개교 80주년과 나아가 100주년을 맞이할 때 자네가 빛나는 동문의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네. 건승을 비네.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
무한 학습의 AI가 두렵긴 하지만 붉은 사람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전진, 전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