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대학을 위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대학을 위해
  • 정지인 기자
  • 승인 2023.02.20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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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이동권 보장 현황과 개선점
월영지에서 제1공학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월영지에서 제1공학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길었던 겨울 방학이 막바지에 이르며 새 학기가 코앞으로 다가 왔다. 새롭게 단장한 교정과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시작할 1학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많은 학우가 곧 우리 대학을 찾을 예정이다. 그러나 학내 몇몇 시설들은 학우의 이동을 제약하고 있다. 특히 경사가 높고 계단이 많은 우리 대학 캠퍼스 특성상 거동이 불편한 학우들은 이동에 있어 어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학교는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구성원 모두가 원활히 학습의 기회를 누리는 공간이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대학을 위해 어떤 개선이 필요한지, 현재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 대학부

 

  ‘배리어프리(barrier free)’란 장애물의 ‘barrier’와 벗어난다의 ‘free’를 합성한 말로 장애인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제도적인 장벽을 허무는 운동을 뜻한다. 이 운동은 스웨덴,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 주택이나 공공시설 ‘문턱 없애기’나 배리어프리 건물 인증제도 등을 시행하며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2015년부터는 우리나라도 국가 및 지자체가 신축하는 건축물에 기준에 맞는 장애인 편의 시설을 설치하고 의무적으로 ‘BF 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BF란 Barrier Free의 줄임말로 장벽 없이 편안하게 쉴 수 있다는 의미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건물이나 지하철 역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통해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장벽을 느끼지 않도록 환경을 조정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에서도 장애 학우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배리어프리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 대학도 모두가 배제되지 않는 시설을 구축하고, 배리어프리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 이동권을 위협하는 학내 건물

  우리 대학의 대부분 건물은 지대가 높은 곳에 있다. 그렇기에 거동이 불편한 학우들에게는 강의동 건물까지 가는 길조차도 힘에 부치는 일이기도 하다. 어렵게 강의동 건물까지 도착해도 엘리베이터가 없어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힌다.

  현재 우리 대학은 단층 건물 7곳을 제외한 총 33개의 건물 중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곳은 16개에 불과하다. 특히 한마관, 예술관, 법정관과 같이 지상 5층에 달하는 높은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거동에 불편함이 없는 사람도 계단으로 5층까지 이동하면 힘에 부치곤 하는데, 휠체어나 목발을 이용할 때에는 이곳이 더 큰 난관으로 변한다. 실제로 많은 학우가 이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했다. 지난 대동제 당시 경남대학보사가 부스를 통해 진행한 ‘학내 휴게·편의시설 만족도 설문 조사’에서 건물 개선 사항으로 상당수의 학우가 ‘엘리베이터 설치’를 꼽았다. 한 학우는 다리를 다쳐 거동이 힘들었을 때 계단으로 건물을 오르는 일이 상당히 불편하다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장애 학우를 위해서라도 설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사실 우리 대학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학우들의 학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13년부터 차례로 제2공학관, 고운관, 교육관 건물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또한, 2016년 신축된 창조관의 경우 준공된 당시부터 승강기 3대가 설치되어 학내 이동이 편리해졌다. 하지만 층간 이동 수단이 계단뿐인 장소는 여전히 많은 편이다.

  아직 모든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시설관리팀 황현민 계장을 만나 보았다. “오랜 역사를 지닌 우리 대학 캠퍼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노후화된 건물이 많습니다.” 황 계장은 모든 시설 전체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은 비용이나 시간 등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점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한, 강의실 훼손 문제나 구조상의 이유로 엘리베이터를 짓기 어려운 건물이 대부분이다. 시설관리팀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부분 개선으로 지속적으로 건물 개선을 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추후에는 이러한 부분을 적극 검토하여 중 장기 발전 계획을 통해 점차 설치할 수 있도록 예산 확보 등 유관 부서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엘리베이터 설치뿐만 아니라, 중장기 발전 계획을 통해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캠퍼스 전반의 환경 개선에 앞장서겠습니다.” 황 계장은 장애 학우뿐만 아니라 캠퍼스 구성원 모두를 위한 편안한 환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10·18광장에서 본관 앞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계단
10·18광장에서 본관 앞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계단

 

* 도움이 되는 기관과 제도

  현재 장애를 가진 학우들이 실효성 있는 도움을 받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학생지원팀에서는 사전에 장애 학우 현황을 파악해, 엘리베이터 사용이 가능한 건물로 수업을 우선 배정해주는 등 학습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또한, 부상을 이유로 일정 기간 거동이 불편해진 학우의 경우 학사관리팀에서 운영하는 공인결석 제도를 활용해보자. 공인결석제도란, 입원 치료 기간이 필요한 경우 입원확인서를 통해 1주 이내로 출석 인정을 하는 제도이다. 또, 휴식을 취할 공간이 필요하다면, BF존을 이용해보자. BF존은 장애 학우를 위한 휴게실로 고운관 1층에 위치한다. 이외에 도움이 필요한 경우, 우리 대학의 장애학생지원센터를 방문하면 된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장애를 가진 학우들이 불편함 없이 대학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학내 부서다. 2010년 3월 설립된 장애학생지원센터는 현재 한마관 1층에 자리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학기 중 강의 대필이나 학습 보조 기구 운반, 이동 지원 등 대학 생활에 필요한 활동을 지원하는 ‘장애 학생 도우미 제도’를 운영 중이다. 더불어 필요시 강의실 앞자리 우선 배정, 시험 시간 조정, 입학 절차 지원 등 다양한 학습 지원 업무를 맡아 장애 학우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할 수 있는 일들

  모든 학내 구성원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사실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2007년 우리 대학 대학원 학우의 엘리베이터 설치 문제 제기와 2013년 이와 관련한 요구로 1인 시위가 그 예다.

  우리 대학도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점차 변화했다. 하지만 교내의 문턱은 장애인들에게 여전히 높은 게 현실이다. 발전이 계속되려면 학내 제도나 시설 보완뿐만 아니라 학우들의 꾸준한 관심과 실천도 요구된다. 휠체어 진입을 막는 킥보드 불법 주차, 위험한 과속 운전 문제 등 학내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준수하는 일은 사소해 보일지언정 꼭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이동권의 중요성에 대한 인지다. 당연히 보장되는 줄로만 알았던 요소들이 누군가에겐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느 대학이 그렇듯이 우리 대학에도 장애를 가진 학우들이 매 학기 수업을 들으려 캠퍼스 언덕을 오르고 강의실을 찾는다. 현재 우리 대학은 그들에게 충분히 열려있는 장소일까. 여러 개선 의지와 노력이 있었지만, 아직 보완되어야 하는 점도 많이 남았다. 특정 한 사람들만이 오를 수 있는 진리의 상아탑은 정의롭지 못하다. 누구에게나 이동권 보장이 동등한 캠퍼스를 기대해 본다

 

정지인 기자
원지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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