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전협정 70주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사설] 정전협정 70주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 언론출판원
  • 승인 2023.01.0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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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수백만 명의 민간인 및 군인 사상자, 수십 만의 전쟁고아와 미망인, 천 만의 이산가족을 발생시킨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27일 완전한 종전 대신 휴전으로 매듭지어졌다. 냉전적 대결 속에서 미국과 소련 어느 쪽도 상대를 인정할 수 없었기에 취해진 임시 조치였다. 그 결과 우리는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최장기의 휴전 상태 속에 살고 있다. 이는 적대행위가 일시적으로 정지되었음을 가리킬 뿐이며, 국제법적으로는 한반도가 여전히 전쟁 상태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그동안 남북한의 긴장 관계를 해소하고 전쟁의 재발을 방지하려는 여러 노력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성과는 항상 제한적이었고 도리어 긴장은 점점 더 증폭되어 왔다. 냉전이 종식되었지만 중국이 북한의 후견자로 나섰으며 미국 또한 대북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북한은 결국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제 북한은 핵을 ‘국체(國體, 국가의 몸)’라고까지 부르면서 절대로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개발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남한을 계속 비난하면서 더 이상 핵 공격 대상에서 남한을 배제하지 않는다. 이는 재래식 전력을 통해 전쟁을 억지하고 경제적 지원을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려고 했던 지난 30년의 노력이 사실상 실패했고 남북관계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게다가 국제적 동향은 문제를 더욱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2018년 시작된 미중의 무역 전쟁은 이제는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 인권, 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의 복합적인 패권 경쟁으로 발전했다. 이는 경제적으로 한국의 부품을 중국이 결합해 미국에 수출하던 한중미 삼각무역 체제의 위기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대만과 남중국해의 갈등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국제안보질서의 지각 변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만약 상황이 악화되면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 입장에 내몰리게 될 수도 있다.

  물론 당장 남북한 간에 극단적인 전쟁위기나 도발이 일어나거나 대만의 급변사태로 안보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세계화의 흐름이 갑자기 완전히 뒤집히거나 새로운 냉전적 질서가 성립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질서의 근본적인 변화 속에서 더 이상 과거의 방식을 재탕하거나 수동적으로 사태의 흐름을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정전협정 70주년을 맞는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분단국가이자 휴전 국가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되새기며, 동아시아 질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북한과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더 근본적이고 ‘담대한’ 대안을 모색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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