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뉴미디어의 역기능, ‘사이버 렉카(cyber wrecker)’
[기자의 눈] 뉴미디어의 역기능, ‘사이버 렉카(cyber wrecker)’
  • 정희정 기자
  • 승인 2022.12.0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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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의 가파른 성장세는 뉴미디어 시대의 도래에 한 몫을 차지했다. 뉴미디어는 기존의 올드미디어로 구분된 종이 신문이나 라디오와 달리 수신자와 발신자 간의 활발한 소통이 특징이다. 그 가운데 인터넷 방송이나 유튜브와 같이 영상 플랫폼을 활용한 소통은 뉴미디어 시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더불어 올해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조사’에서 ‘미디어 크리에이터’가 초등학생 장래 희망 4순위를 등극할 정도로 이를 향한 수요는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처럼 많은 이가 단순히 영상을 소비하기보다 직접 콘텐츠를 창작해내는 공급자의 역할을 자처한 덕에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이는 누구든 자유로운 영상 업로드가 가능한 점에서 높은 접근성과 대중화라는 특징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에 단순 취미 생활이 아닌 전업으로 삼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이하 유튜버) 역시 늘어났다. 그에 따라 유튜버들은 조회 수 및 구독자 수를 늘리고자 남들과는 차별화된 콘셉트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미디어의 성장은 또다른 사회 문제의 시발점이 되었다. 조회 수가 곧 돈이 된다는 사실이 질 높은 콘텐츠 생산보다 ‘자극’만을 좇게 했기 때문이다. 그중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와 같은 유명인을 상대로 자극적인 영상을 만들어내는 ‘사이버 렉카(cyber wrecker)’가 새롭게 등장했다.

  이는 교통사고 현장에 빠르게 나타나는 견인차(렉카)에서 비롯되어, 남들보다 빠른 업로드를 위해 사실 여부보다 자극적인 영상 제작에 초점 맞춘다. 그뿐만 아니라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거짓 정보를 퍼뜨리며 논란의 근원지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짜깁기한 영상 자료들은 터무니없는 주장의 ‘신뢰할 만한’ 근거처럼 작용해 사실과 거짓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그리고 기존의 루머 유포자와 달리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더욱더 악질적이다.

  사이버 렉카의 대상이 된 이들은 정신적인 피해를 호소할 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을 규제할 유튜브 내의 적절한 방침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더불어 ‘의혹’과 같은 추측성 표현을 사용하는 등의 교묘한 단어 선택으로 법망을 피해간다. 또한, 벌금형을 선고받더라도 수익이 그보다 많다 보니 반성은커녕 악순환의 굴레를 끊지 못한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찰스 아서는 이처럼 자극적인 콘텐츠의 반복 노출 및 강화와 확증편향, 소셜미디어의 방관을 통틀어 ‘소셜온난화’라고 칭하며 문제를 지적했다.

  그들의 수익은 곧 대중의 관심도다. 자극적인 소재로 호기심에 눌러본 섬네일이, 단순 재미로 시청하던 영상이 그들에게 일조하고 있지 않을까. 적절한 법 제정도 중요하지만, 사이버 렉카의 콘텐츠를 지양하는 게 시청자인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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