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아트 리좀에서 영화 한 편 어때요?
씨네아트 리좀에서 영화 한 편 어때요?
  • 정희정 기자
  • 승인 2022.11.23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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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향유하며 생각의 깊이를 키워갈 수 있는 곳
비스트로 리좀(위), 씨네아트 리좀(아래)
비스트로 리좀(위), 씨네아트 리좀(아래)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와 코끝을 간질이는 계절이 금세 지나가고 손발을 꽁꽁 얼려버리는 겨울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우리 대학 인근의 ‘창동예술촌’은 겨울을 맞아 인공 눈과 함께하는 ‘눈내리는 창동거리 눈꽃축제’를 개최해 지역주민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는 중이다. 이토록 낭만이 가득한 창동의 한 골목에는 ‘예술촌’이라는 이름과 걸맞게 복합문화예술공간인 ‘에스빠스 리좀 (espacerhizome)’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 ‘씨네아트 리좀’은 도내 유일의 예술영화관으로 예술·독립 영화 향유의 장을 마련한다. 에스빠스 리좀 하효선 대표를 만나 리좀과 영화에 대해 인터뷰해보았다. / 문화부

   독립 영화란 이윤 추구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일반 상업 영화와는 달리 창작자의 의도가 중시되는 영화를 의미한다. 이는 자본과 배급망의 의존성이 덜하기에 촬영 기법과 연출 등에서 독특한 양상이 나타나고 작가관이 온전히 담긴다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예술 영화는 종종 독립 영화와 하나로 묶여 설명되기도 하나 예술성을 특히 추구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에스빠스 리좀 하효선 대표
에스빠스 리좀 하효선 대표

에스빠스 리좀과 민주의 성지 마산

  리좀이란 수평으로 뻗어나가는 뿌리줄기를 일컫는 생물학 용어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와 펠릭스 가타리(Felix Guattari)에 의해 ‘리좀형 사유방식’이 떠오르면서 철학 용어로 자리 잡았다. 국가를 예로 들었을 때 각국은 현재 국경이라는 경계로 나누어져 있지만, 식물의 뿌리줄기는 국경과 무관하게 그 아래에서 수평적이면서 서로 얽혀있는 ‘네트워크 체계’ 를 지닌다. 이처럼 리좀은 한 개체가 단순히 구별된 독립에 불과한 게 아닌 각각의 개체가 뒤엉켜 서로 영향을 주는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에스빠스 리좀은 2015년에 ‘리좀적 공간’이라는 의미로 첫 출발을 내디뎠다. 이는 현재까지도 전시관과 영화관 및 레지던스와 프랑스문화원인 메종 드 프랑스를 함께 구현한 복합문화예술의 장으로 활약 중이다. 에스빠스 리좀 하효선 대표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역 문화 예술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민주 성지인 마산과 문화 예술 간의 관계성에 주목하며, 창동에 문화 공간을 조성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7~80년대까지만 해도 창동은 전국에서 영화관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손꼽힐 만큼 많은 극장으로 줄을 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창동은 합창이나 독창회, 무용 발표회 등의 문화 예술을 흔하게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였다. 이처럼 문화 친화적이었던 도시의 성격은 당시 젊은 세대로부터 자유롭고 다채로운 사고를 자생적으로 이끄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마산의 3·15와 10·18과 같이 ‘그들을 억압하는 제도나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낼 힘이 예술에서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 하 대표의 소견이다.

  지역 내 문화 공간은 성숙한 시민을 만들어가기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특히 수많은 예술 분야 중 ‘영화’는 시각화와 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하 대표는 중세의 도시 중심지가 교회였다면, 현대는 영화관이 이를 대체한다고 전했다. 영화는 현 사회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감독의 시각을 던져준다. 더불어 사회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토론의 장을 마련한다. 영화 시청을 통해 관람자는 감독이 그들에게 던진 사회적 메시지를 고민함과 동시에 간접적인 경험으로 시야를 넓혀나가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씨네아트 리좀과 함께 독립·예술 영화 즐기기

  에스빠스 리좀을 구성하고 있는 공간 중 씨네아트 리좀은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승인 받은 경상남도 유일한 예술영화관이다. 일반적인 상업 영화가 아닌 독립·예술 영화 개봉작이 주를 이루며, 현재 경남 총 영화관 상영 편수의 약 27%를 이곳에서 상영한다. 특히 일반 영화관에서 상영하지 않는 다양한 독립·예술 영화도 씨네아트 리좀에서는 만나볼 수 있다.

  이는 마산합포구 동서북14길 24에 위치하며, 창동 250년 골목길에 자리한다. 경남대남부터미널 정거장을 기준으로 100번, 252번, 237번, 258번, 263번, 29번, 49번, 51번, 53번, 54번 버스를 타고 오동동문화광장에서 하차해 2분 정도 걸어가면 금방 도착할 수 있다. 영화는 지하 1층의 소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영화표는 휴게 공간으로 이루어진 3층의 비스트로 리좀에서 구매하면 된다. 영화 표는 주말과 공휴일 기준 일반 관람객은 9,000원, 65세 이상과 초· 중·고 학생 및 멤버십 회원은 8,000원이면 충분하다. 주중 방문 시에는 1,000원 더 저렴한 가격으로 관람이 가능하니 참고하자. 또, 개봉작별 포스터 및 영화 굿즈 등 현장 경품 이벤트도 진행한다. 상영작과 이벤트 공지는 인스타그램(@espacerhizome)과 블로그 및 공식 사이트에서 만나볼 수 있다.

  씨네아트 리좀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감독과의 대화(GV)’는 영화 관람 후 진행되는 일종의 시사회이다. 이는 감독과 관람자가 대면하는 자리로, 제작 과정 속 에피소드와 영화 곳곳에 숨겨진 메시지 및 연출 의도 등과 같이 관람만으로 해소되지 않는 의문점을 풀 수 있다. GV 일정은 공식 SNS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씨네아트 리좀과 함께 영화의 매력으로

  씨네아트 리좀은 영화 상영은 물론이고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지역민이 누릴 수 있는 문화 공간을 제공해왔다. 실제로 2021년에 처음 시도한 ‘2021 리좀 영화교실’은 90% 출석률을 보이며 성행을 거두었다. 하 대표는 영화교실을 통해 일반 주민들도 영화를 보는 테크닉과 전반적인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길 바랐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이상훈 프로그래머, 전찬일 영화평론가, 차민철 영화학과 교수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강의를 이어나갔다. 그뿐만 아니라 경남 출신 감독 5명도 섭외해 한국 영화사와 영화 비평 이론과 같이 흥미로운 수업들을 진행했다.

  하 대표는 마산을 ‘민주의 성지’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도시 특성을 토대로 2019년 부마민주영화제(BMDFF)를 시작했고 현재까지 매년 민주영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열린 ‘제4회 창원국제민주 영화제’는 ‘화폐 민주주의’가 주제였다. 이번 영화제는 씨네아트 리좀뿐만 아니라 오동동 문화광장과 3·15 해양누리공원, 카페 달 뜨 는 비오리에서 상영을 진행하는 등 여러 장소를 섭외했다. 특히 영화제 중 하나로 ‘찾아가는 영화 교육’을 진행해 성지여자중학교를 방문하며 영화 시청 및 해설의 시간을 가졌다.

 

  “씨네아트 리좀에서 독립·예술 영화를 ‘소비’하는 게 아닌 ‘향유’ 하면서 삶의 깊이를 누리길 바랍니다.” 코로나19 이후 잠정 휴관 및 폐관에 이른 예술영화관이 늘어나는 중이다. 씨네아트 리좀 역시 지난해 8월, 재정난을 이기지 못하고 휴관에 돌입하기도 했다. 하 대표는 지역 속 문화 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역 곳곳의 예술 문화 공간이 명맥을 이어 나가는 데에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협조는 빼놓을 수 없다고 전했다. 더불어 우리 지역민들이 독립·예술 영화를 통해 생각의 토대를 넓혀가길 바랐다. 다가오는 겨울, 이곳에서 영화 한 편과 함께 뜻깊은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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