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책] 목민관의 판단 기준, 애민(愛民)
[내 인생의 책] 목민관의 판단 기준, 애민(愛民)
  • 언론출판원
  • 승인 2022.11.0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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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정치판을 보고 있노라면 짜증부터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짜증을 내면서도 정치 관련 뉴스를 보고 있는 나를 보면서 아내는 차라리 그 시간에 드라마를 보라고 한다. 그편이 차라리 기분도 상하지 않고 훨씬 낫지 않냐고 말이다. 내가 짜증을 내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인들의 머릿속에 과연 애민(愛民)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는지가 의심스러워서이다. 그리고 짜증을 내면서도 관련 기사들을 계속 보는 것은 그러한 사람을 한 명이라도 만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 조선의 대표적 실학자인 정약용 선생은 목민관(관리)이던 아버지의 부임지에서 보고들은 내용, 자신이 암행어사가 되어 파악한 현실, 그리고 18년간 유배지에서 직접 목격한 백성들의 참담한 상황을 토대로 목민심서라는 책을 저술했다. 이 책은 지방의 목민관으로서 지켜야 할 지침과 백성을 잘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목민심서는 크게 지방 수령으로 임명되어 부임지로 향하는 과정을 다룬 부임(赴任)편으로 시작해서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는 과정을 다룬 해관(解官)편으로 마무리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중간에 율기(律己), 봉공(奉公), 애민(愛民)의 세 편을 실어 수령 자신의 몸과 마음가짐을 올바르게 하게 하였으며, 조정의 편제와 같이 이(吏)·호(戶)·예(禮)·병(兵)·형(刑)·공(工)의 여섯 편을 포함시켜 행정 및 사법 등의 실무에 참고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별도로 진황(賑荒)편을 두어 흉년이나 화재 및 수해 등에 대비한 구제 방안을 담았다. 요즘으로 치자면 지방 공무원용 종합 가이드북인 셈이다.

  이 책의 모든 곳에는 애민(愛民) 정신이 깔려있다. 관리로서 행하는 모든 활동들의 판단 기준은 백성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즉, 목민관은 오직 백성을 두려워해야 하며, 자신의 사리사욕이 아닌 백성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목민심서는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에게만 필요한 것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거 같다. 왜냐하면 이 책은 학창 시절, 장교를 꿈꾸던 나 자신에게도 가르침을 주었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제목도 아니었고 한자도 많았기에 시작이 어려웠지만 군 생활을 하면서 문제에 직면하거나 가치가 상충될 때의 판단 기준은 바로 나의 부하라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 백성들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직(職)을 걸고 상관에게조차 쓴소리를 고할 수 있었던 목민관과 같이 부하들을 위한, 부하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군인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 덕분에 내 목이 위태로운 순간도 많이 있었지만 결국 진심은 통했다.

  지금 나의 판단 기준은 바로 우리 학생들이다. 나는 우리 학생들이 있기에 존재한다.

하순복(군사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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