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에세이 및 영상콘텐츠 공모전-에세이 수상작
코로나19 에세이 및 영상콘텐츠 공모전-에세이 수상작
  • 정유정 기자
  • 승인 2022.11.09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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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승리하는 법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을 할퀸 지도 어느덧 벌써 2년하고도 8개월이 훌쩍 지났다. 나는 지난 2019년 12월을 생생히 기억한다. 당시 의경복무를 하고 있던 나에게는 전역 5개월 전이자 고참인 ‘상경’계급이었다. 처음에는 뉴스에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발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겨울이니까 새로운 독감이 나왔나보다 했다. 그러나 연일 보도 되는 뉴스에 나는 그만 좌절하고 말았다. “중국 우한시를 봉쇄하기 위해 덤프트럭으로 길을 봉쇄하는 모습이 포착...”, “코로나19로 인해 사망자가 폭증...” 이런 말을 듣자 마자 나는 보통의 바이러스와는 다른 것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연이어 국내에도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보도 되었다. 연말이자 새로운 2020년대를 맞이하기 위해 들떠있던 분위기는 연일 보도되는 뉴스들로 냉각 되며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이경’때부터 해외여행을 위해 ‘군 적금’을 들며 통장에 차곡차곡 모이는 돈을 보며 머릿속에 그리는 행복회로들도 일말에 사라졌다.

  그것이 코로나19와의 전쟁의 시작이었다. 전역 전에 후임들과 등산하기로 했던 일정도 취소했고 마지막 휴가도 복귀 없이 바로 전역했다. 나는 인생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마 그때 뼈저리게 깨달았는지도 모르겠다. 전역 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무언가 하고 싶은 의욕조차 생기지 않았다. 식당이나 마트에 가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백신증명을 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능했다. 또한 가벼운 기침만 해도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하필이면 이제 20대 초반에다 2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고생하며 군대에서 전역했는데 이런 사태가 발생해버려 나의 마음속 어딘가에서 분노와 짜증 섞인 감정이 마구 올라왔다. 그래도 과거 전 세계적으로 2009년의 ‘신종플루’나 2015년 ‘메르스’를 극복했던 경험이 있기에 이번 코로나19도 빠른 시일 내에 금방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약간의 기대감도 있었으나 현실은 냉혹하게도 그렇지 않았다. 계속해서 새로운 변이가 발생했고 백신을 접종한 사람 역시 코로나19에 재감염 되는 등 사태는 점점 심각해졌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확산사태의 장기화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 역시 점차 길어졌다. 처음에는 우울감과 괴로움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루하루 점점 무력해지고 게을러진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고 시간은 흐르는 물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그러다 문득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그동안 허비했던 시간이 아까워 뭐라도 하자는 마음에 여행경비로 모아두었던 돈으로 공무원 인터넷 강의 수강권을 구입해 집에서 열심히 들었다. 또한 대학교에 복학도 해서 수업 역시 빠짐없이 열심히 들었다. 예전에는 영화 보러 가거나 친구들하고 얘기하는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성적이 그렇게 잘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발병 이후 혼자 지내는 기간이 길어지며 자연스레 공부할 수 있는 시간도 길어지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져 신기하게도 학교 성적은 잘 나오게 되었고 집에서 운동도 열심히 해서 나름 과거보다는 몸도 좋아졌다. 또한 과거에는 대부분의 직접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었으나 실시간 화상 강의와 같은 방법도 보급되어 나름의 편리하게 수업을 들을 수있는 이점이 있었다.

  이런 색다른 경험을 하고 나는 고등학교 시절 배운 법정 스님이 집필하신 ‘거꾸로 보기’라는 수필이 문득 떠올랐다. 우리 모두가 알듯이 수필 ‘거꾸로 보기’는 우리가 아는 대상의 고정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새로운 측면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 소설이 암시하고 있는 것처럼 나는 이 코로나19가 불러일으킨 ‘언택트 시대’에서 한 가지 다른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처음부터 발병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미 전 세계로 널리 퍼져버려 시간을 되돌리지 않고서야 과거처럼 자유분방한 사회가 되기는 당분간 힘들어졌다. 우리 모두가 아는 속담 중 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명언이 있다. 이 로버트 엘리엇의 말처럼 이왕 현실이 이렇게 된 이상 지금부터 할 수 있는 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과거에는 친구들과 모여 축구도 하고 신나게 수다도 떨었다면 이제는 한 박자 쉬어서 나라는 평범한 원석을 고귀하고 아름다운 보석으로 가공하는데 필요한 시간으로 할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읽고 싶었지만 미뤄뒀 던 독서를 한다든지 아니면 자격증 준비를 위한 시간을 갖는다던지 어느 것이라도 좋다. 나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 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사태 초반기에 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찾아올 때 마다 ‘다 잘 될 거야’와 같은 희망적인 말들로 나 자신만의 마음의 주문을 만들어 스스로에게 자주 최면을 걸어주곤 했다. 그랬더니 훨씬 마음이 가벼워지고 또한 한결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코로나19가 우리의 육체는 아프게 할 수는 있어도 정신까지 아프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나는 그때 깨달았다. 우리의 정신이 우울해지고 슬퍼지는 건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나약한 우리의 마음 때문이다.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쳐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강한 의지와 인내심이 있다면 우리는 강한 정신력으로 마음속의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오히려 이런 위기를 자신을 한층 더 빛내고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디딤돌로 삼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값진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싸워야 할 건 코로나19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가장 좋은 치료제는 언제나 가까이에 있음을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 었다.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개인위생에도 철저히 신경을 쓴다면 생각보다 빠르게 코로나19는 우리 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아니, 모두 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힘을 합쳐 기적을 만든다면 나는 이번과 같은 사태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니 우리 모두 가까운 미래에 기적이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각각 자신의 마음속에 자기만의 작은 희망을 불씨를 만들자. 자욱한 안개와 깊은 어둠 속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지만 나와 같이 한 줄기의 빛을 찾아 방황하는 20대 청춘들에게 승리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김대인(경찰학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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