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건강 검진: 자기 변화의 기회
- Ep1. 대학생활문화원의 문을 두드리다
작년 가을 쌀쌀해진 날씨와 함께 내 마음에도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학교를 며칠씩 빠지기도 하고 수업 시간에 강의실을 뛰쳐나와 화장실에서 가쁜 숨을 고르는 일도 있었다. 나를 괴롭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낙엽처럼 바스라질 듯이 약해진 마음을 들고 대학생활문화원을 찾았다. 그렇게 15회기의 심리 상담 대장정은 시작되었다.
- Ep2. 심리 검사로 찍은 내면 엑스레이
상담 초반에는 심리 검사를 통해 전반적인 나의 성향을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HTP 검사는 나도 알지 못했던 나의 모습과 마주하게 해주었다. 상담 선생님께서 그림 속 상징물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마치 숨겨진 암호를 해독하듯 설명해주셨다. 내가 그린 집은 창문이 집에 비해 컸고 열린 상태였다. 이는 대인 관계에 대한 욕구와 개방성을 의미했다. 사람에게 상처받을까 겁나서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애써 합리화해왔다. 그런데 사실 사람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내 모습을 직면하게 되었다. 그림이 나의 내면 깊숙하 게 자리했던 진심을 폭로한 것 같아서 놀랐다. 대인 관계에 대한 나의 욕구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나니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았다. 건강한 인간 관계를 맺는 방법에 대한 발전적인 고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 Ep3. 패턴을 알면 답이 보인다
상담을 통해 선생님께서 나의 사고패턴을 발견해주셨다. 나에게는 인지적 왜곡이 있었다. 바로 이분법적 사고와 일반화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쉽게 오해하고 실망해버리거나 도전하는 일마다 빨리 포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원인을 알고 나자 구름이 걷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흑과 백 사이에는 수많은 회색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일상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삶은 극명한 정답보다 모호함과 불확실함이 더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또한 한 그루의 썩은 나무를 보고 숲 전체가 썩었다고 비약하는 일을 경계하게 되었다. 한 가지의 부정적인 특징을 발견하면 그 대상 전체를 폄하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내 사고방식의 문제점을 인식한 후 긍정적인 측면도 함께 수용하며 균형 잡힌 시각으로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 Ep4. 퀴퀴한 지하실에서 청명한 하늘로 날아오르다
상담 이후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부모님께서도 나의 긍정적인 변화를 알아보시고 기특해하셨다. 우울과 자기 비하로 나를 갉아 먹던 시간을 빼고 그 자리에 나를 살찌우는 습관들을 채워 넣었다. 매일 30분씩 운동을 하고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들였다. 생활 습관이 변화하자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상태가 되었다. 체력이 생기자 뭐든 해낼 의욕과 힘이 생겼다. 그래서 인간관계와 일에서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이 되었다. 인간 관계에서도 경계심과 두려움을 떨치고 내가 먼저 다가갔다.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도 하게 되었다. 도전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자 아르바이트의 개수를 늘리며 바쁜 삶을 살았다.
- Ep5. 다시 찾은 마음 응급실
15회기의 상담을 마치고 계절이 두 번 바뀌었다. 학업, 일,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몰두하며 지내다 조금씩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심신이 지치고 모든 것을 다 그만두고 싶었다. 상담 이후 채워진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버리자 무기력함이 찾아왔다. 가까스로 빠져나왔던 늪에 다시 들어가게 될까 봐 두려움이 엄습했다. 불안한 마음에 마음의 응급실을 다급히 찾았다.
상담 선생님께서는 나를 변함없이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몇 달간 일어난 일을 털어놓자 번아웃이 온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우울했던 시기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는 확인을 받으니 안심이 되었다. 나 자신을 믿고 다시 한번 잘 이겨내 보겠다는 다짐을 하며 상담실을 나섰다.
- Ep6. 상담실을 떠나며
대학생활문화원에서의 심리 상담은 나의 내면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었다. 첫째, 합리적으로 사고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내 생각에만 매몰되지 않고 다른 관점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균형감이 생겼다. 근거 없이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이는 일이 줄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상대가 며칠간 내 연락에 답장하지 않으면 ‘나를 싫어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대에게 사정이 있겠지.’ 하며 외부의 사건을 개인화하지 않고 한결 여유로워졌다.
둘째, 내 감정의 주인이 되었다. 과거에는 내가 느끼는 감정에 따라 상황을 해석하는 감정의 노예였다. 이후 상담을 통해 합리적인 사고를 훈련하자 정서적인 측면도 개선되었다. 내 감정을 충분히 수용하되 이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다른 감정에 대해서 고민해보게 되었다. 일례로 이전에는 타인이 내게 베푼 호의에 미안함과 부담감을 느꼈었는데 감사함이라는 긍정적인 감정을 선택하는 변화가 생겼다. 나에게 이로울 수 있는 감정을 선택할 수 있는 통제감을 얻게 되었다.
셋째, 삶에 대한 낙관적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 아마 앞으로도 고뇌하고 좌절하는 상황이 올 것 이다. 그러나 미래에 닥칠 어려움을 예견하되 내가 잘 해결해낼 것이라는 합리적인 낙관을 하게 되었다. 내면의 힘겨움을 느낄 때마다 상담 내용을 상기시키며 실전에 적용해볼 것이다. 선생님께서 조언해주셨던 ‘알아차림’과 ‘상황을 호기심 어린 마음과 창의성을 가지고 바라보기’를 되새 기며 고난을 극복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 The End
대학생활문화원과 상담 선생님, 조교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다. 대학생활문화원에서 학생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각종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해주셔서 든든하다. 진심 어리게 내 이야기를 경청해주시고 예리한 시선으로 상담을 해주신 상담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접수를 마치고 상담실로 향하는 짧은 시간 동안 조교님과 안부를 나누는 다정한 대화 또한 치유의 과정이었다.
우리가 건강 검진을 하는 이유는 건강 상태 확인과 질병의 예방 및 조기 발견을 위해서다. 마음 에도 건강 검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상에 치여 뒷전이었던 마음을 잠시 멈춰서 들여다보아야 한다. 내 마음을 객관적으로 마주하는 과정은 질 높은 삶에 기여한다. 특히 심리 상담은 내면을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내가 겪고 있는 문제를 이야기함으로써 문제를 명료화 할 수 있고 문답을 통해 본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다. 경남대학교 학생들에게 자기 변화의 기회가 되는 심리 상담을 적극적으로 추천해주고 싶다.
김유민(영어교육과·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