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영화 ‘시네마 천국’의 영사 기사 알프레드처럼
[정일근의 발밤발밤] 영화 ‘시네마 천국’의 영사 기사 알프레드처럼
  • 언론출판원
  • 승인 2018.05.2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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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사는 것이 바람 같아서, 누가 근황을 물어보면 ‘요즘은 영화인으로 삽니다.’는 엉뚱한 답을 합니다. 물론 놀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영화인이라면 영화 감독이나 영화 배우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요즘 저는 울산 울주에서 개최하는 세계영화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세계영화제 집행부에서 일을 하는 것, 무비 스타와는 관련 없지만 ‘영화인’이라 소개해도 억지는 아니겠죠?
  울주에 주소를 두고 산 지 18년째입니다. 울산에 산 지 26년 동안 오랜 시간을 울주 군민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건 ‘은현리’란 시골 마을이 제 시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에 올해 정명(定名) 천 년의 역사를 가진 울주군과 여러 가지 인연을 나누며 삽니다. 그 중 하나 ‘(사)울주세계산악영화제’(UMFF)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울산(蔚山)은 산이 많아 얻은 도시 이름입니다. ‘산경표’에 따르면 백두대간에서 낙동정맥으로 갈라진 산들이 내려오다 이 도시에서 불끈 솟은 1,000m 이상의 산군(山群)을 만들었습니다. 그 산군을 ‘영남 알프스’라 부릅니다.
  울주군은 이 산들을 관광 자원으로 이용해 영남알프스문화콘텐츠개발사업을 해 오다 2010년부터 산악영화제란 새로운 산악 문화의 에스키스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탈리아 트렌토산악영화제, 캐나다 밴프산악영화제와 손을 잡고 한·중·일에서 유일한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출범시켰습니다.
  무작정 영화제는 아니었습니다. 발판을 단단하게 다져 프레페스티발, 1회, 2회 영화제를 성공리에 개최했고 올해는 3회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2회 영화제가 열린 2017년에 IAMF(국제산악영화협회) 정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꿈은 유럽과 북미를 이어 세계 3대 산악영화제가 되는 것입니다. 저는 법인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추진위원을, 법인 후 등기이사를 맡아 울주에 새로운 ‘영화의 산’을 만드는데 손을 보태고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제가 강의한 문화콘텐츠학과 졸업생들도 스텝으로 참여해 영화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여러 일 중의 하나가 ‘찾아가는 UMFF극장’입니다. 영화제에서는 ‘유랑극장 단장’이란 닉네임을 얻고 있습니다. 영화에 소외된 지역이나 단체를 찾아가 산악영화를 무료로 상영해 줍니다. 올 연말까지 12번의 영화를 상영하며 문화 나눔과 더불어 UMFF를 소개합니다. 전교생이 얼마 되지 않는 산골 학교 등을 찾아다니다 보면 제가 마치 영화 ‘시네마 천국’(1988년 상영)의 영사 기사 ‘알프레도’가 된 착각에 빠집니다. 영화를 보는 친구들 중에 소년 토토가 숨어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영화는 꿈을 꾸게 하는 예술입니다. 전국 방방곡곡의 ‘토토’를 만나 그 꿈에 단비를 뿌려 주는 이 일이 저는 좋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영화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올 9월 7일부터 11일까지 영남 알프스에서 열리는 제3회 UMFF에서 만날 수 있길 기대합니다. 25개국 150편 이상의 산악영화와 함께.

시인,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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