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영상 촬영보다는 도움의 손길이 더 간절하다
[월영지] 영상 촬영보다는 도움의 손길이 더 간절하다
  • 정유정 기자
  • 승인 2022.11.09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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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청년 세대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거나, 혹은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의식적으로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소지한 휴대폰의 전원을 켠 뒤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는 일이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이 순간을 기록하기 위하여 휴대폰을 잡아든다. 이후 SNS에 업로드(upload)하여 실시간으로 친구들에게 본인의 상황을 알린다. SNS의 발달은 이용자들 간의 실시간 소통을 가능하게 했고, 서로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더불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쇼츠 등으로 길거나 짧은 동영상을 촬영하고 시청하는 일에도 비교적 자연스러워진 상황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들어 올리는 모습이 지난 29일에는 불편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지난 29일, 3년 만의 노 마스크(Nomask) 핼러윈을 즐기러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로 나온 수만 명의 인파로 인하여 대형 압사 참사가 났다. 좁은 거리에 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거리는 사람들로 빽빽하게 늘어졌다. 발디딜 틈도 없었던 거리에서 사람들은 인파에 따라 몸을 움직여야만 했고 이는 곧 대형 사고로 이어지게 하였다.

  즐거움으로 가득했던 거리는 어느새 두려움과 공포로 뒤덮였고, 길거리엔 호흡 곤란을 느껴 쓰러진 이들로 뒤덮였다. 출동한 구조 인력들은 곧바로 심폐소생술(CPR)을 진행하였지만, 환자수에 비례 되지 않는 적은 인원으로 구조에 지체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심폐소생술의 특성상 의식을 되찾을 때까지 강한 힘으로 가슴을 압박해야 한다. 일대일로 진행되어야 하는 탓에 이태원 거리의 모든 인원을 구조 인력이 모두 담당하기란 힘들었고, 처치에 전문적이지 않은 일부 시민들도 가세하여 구조 활동을 진행하였다.

  사고 당시 여러 SNS를 포함한 커뮤니티에서는 현장에 있었던 이들의 상황 설명과 함께, 실제 현장의 동영상이 떠돌아다녔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동영상을 찍을 시간에 고생하는 구조인력을 도와주거나 번잡함을 해소하기 위하여 현장에서 벗어나야 했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또한 대부분의 동영상은 모자이크도 되지 않은 채 돌아다녔고 동영상을 재생하는 이들은 참사 현장을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하였다. 사고 현장이 가감 없이 노출됨으로써, 영상을 접하는 이들에게는 많은 충격을 안겼다.

  이번 참사에서도 물론이고 요즘은 생활 속 일어나는 돌발 상황에 도움을 위해 나서기보다 카메라를 내미는 모습을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동영상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생생한 현장을 기록하여 다시 담아두고 꺼내 볼 수 있도록 도와줬지만, 누구보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방해물이 되기도 하였다. 물론 영상 촬영을 통해 현장의 모습을 빠르게 알리려는 행동이 잘못은 아니나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쓰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영상 기록보다 도움의 손길이 더욱 시급할 때가 존재한다. 상황에 따라 적절히 판단하여 현장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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