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비밀녹음 금지법, 사생활 보호에 가려진 과도한 제한
[기자의 눈] 비밀녹음 금지법, 사생활 보호에 가려진 과도한 제한
  • 전은주 기자
  • 승인 2022.11.09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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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18일 국민의 힘 윤상현 의원은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의 제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과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대화의 당사자인 경우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대화를 녹음하더라도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발의된 개정안에 따르면 대화자의 당사자일지라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윤상현 의원은 통화 녹음의 제한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 입법 예고 기간부터 수사, 재판, 언론의 취재, 기타 공익적인 문제 등으로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거셌다. 그중 범죄 증거 확보가 주된 반대 이유였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녹음한 녹음물의 경우 그 자체로 위법 수집 증거가 되므로 녹음물 없이 범죄를 입증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범죄나 학교폭력 범죄는 물론, 공익적인 제보 등도 녹취가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많아 범죄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또,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안드로이드의 큰 장점이었던 녹음 기능이 사라져 불편함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통화’에도 적용되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드는 상황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대화’와 ‘전기통신’을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에 따르면 “‘전기통신’이라 함은 전화 등과 같이 유선·무선·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음향 등을 송·수신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해당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전기통신을 통하여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으로 볼 수 없다.

  비판이 이어지자 지난 9월 29일 윤 의원은 앞서 발의한 개정법률안을 철회했다. 윤 의원은 다수가 제시한 문제점을 일부 수용하여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를 예외로 규정하고, 처벌 또한 벌금형으로 낮추어 개정법률안을 재발의하였다. 그러나 개정안에는 예외를 규정하는 내용만 명시되어 있고, 공공의 이익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다. 사회에 만연하게 자리 잡은 비밀녹음과 그로 인한 기본권 침해가 여전히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권의 침해가 비밀녹음의 행위 그 자체 때문인지, 녹음본을 불법적으로 유출하거나 유포한 행위 때문인지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녹음본의 악용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 개정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녹음 자체를 금지한다면 이는 과도한 제한이다. 많은 논란이 이어지는 만큼 국민과의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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