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이 동화, 인어공주를 통해 나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제대로 받아 옳게 해석했을까?
동화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기준 중 ‘동화는 다양한 활동에 의해 인생의 진실을 보여 줘야 한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라는 것이 있다. 이 기준에서 내가 인어공주를 통해 인생의 진실이라고 믿었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또 그때의 신념이 ‘진실’인가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인어공주 줄거리를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당시의 내가 썼을 법한 문장으로 한 번 제시할까 한다. ‘멍청한 공주가 목소리를 포기하고 인어라는 자신도 버렸는데 사랑도 얻지 못하고 죽는다. 그리고 왕자는 자신을 구한 사람이라서 사랑하고 결혼하는 나쁜 남자다.’
이 동화를 처음 접했을 때가 초등 1학년 늦은 봄이었다. 마지막 내용에 어이가 없어 하면서 펑펑 울었다. 이 눈물엔 슬픔과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슬픔보다는 분노가 더 많이 담겨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위한 지독한 노력이 죽음이라는 것과 인어공주가 정령이 되어 사라지고 인어공주가 사라지기 직전, 자신을 구한 사람이 인어공주라는 것을 알게 되는 멍청한 왕자에 대해 분노하였다. 생애 처음 만난 지독한 비극이었다!
이 경험으로 나는 ‘사랑하면 큰 손해를 볼 수 있고 남자는 이기적이다.’라는 사랑에 대한 신화를 일찍 형성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런 신화가 나에게 있음을 어른이 되어 발견하게 되면서 동화로 전하고자 했던 삶의 진리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설마 안데르센이 나에게 그런 신념을 전하려 책을 쓰지는 않았을 것은 분명하니 진짜 메시지를 알아야 했다.
안데르센은 슬라브 민족에게 내려오는 전설과 푸케의 운디네에서 모티브를 얻어 인어공주를 창작하였다. 기독교 문화에서 사람을 제외한 생명체에겐 영혼이 없다고 본다. 인어는 사람이 아니므로 육체의 숨이 멈추면 존재가 소멸하는 존재다. 그러나 그녀는 큰 노력과 엄청난 희생으로 정령이 되어 불멸이라는 보상을 얻게 된다는 결론이 원본의 내용이다. 우리 동화에서는 이를 설명할 수 없어 생략했다고 한다. 이 생략으로 나의 신화는 만들어졌고 이 신화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고자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야 했던 인어공주.
안데르센이 쓴 결론과 함께 작가의 삶, 기독교 문화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나니 사랑에 대한 나의 신화는 자연스럽게 폐기되었다. 동화에 담긴 메시지는 사랑의 위대함이 아니라 삶은 고통을 견디면서 노력해야 하는 과정이고 이 과정 안에서 선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면 그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삶의 진리였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에게 왕자는 밉상이다.
문지혜(교육대학원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