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책] 따뜻한 카메라의 눈? 박태원의 박태원의 『천변풍경』
[내 인생의 책] 따뜻한 카메라의 눈? 박태원의 박태원의 『천변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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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9.2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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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풍경』박태원 저
『천변풍경』
박태원 저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화가 성공하면서 유전자의 힘 얘기도 오갔다. 당시 화제가 되었듯이 봉 감독의 아버지는 우리나라 그래픽 디자인계 대가인 봉상균 교수인데, 사실 더 강력한 유전자의 원천은 ‘외할아버지’라고 할 수 있다. 그 외할아버지가 바로 <천변풍경>의 작가 박태원이다.

  <기생충>의 첫번째 성공 요인이라면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이야기의 힘이다. 또 디테일이 강한 연출력, 새로운 카메라 기법 등도 당연히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이 <천변풍경>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천변풍경>은 청계천을 중심으로 다양한 서민들의 생활상을 50개 절로 나누어 서술한 1930년대의 세태 소설이다. 70여 명의 평범한 인물들을 모자이크식으로 보여주는 소설로, 당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소설은 여인들의 집합소인 빨래터, 남성들의 사교장인 이발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삶을 생생하게 형상화하는데, 특별한 주인공이 등장하지도 않고, 서로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여 줌으로써 시간성과 공간성을 극대화한다. 특히 대상을 확대해 보는 클로즈업 기법과 이동하며 촬영하는 카메라 아이 기법 등 영화적 기법을 활용하여 서민층의 일상을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재현해 냈다.

  이렇게 <천변풍경>과 <기생충>은 스토리와 카메라가 넘나드는 공통점을 지니지만, 무엇보다 서울을 공간으로 빈부 격차라는 우리 사회의 첨예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닮아 있다. 그리고 그 문제를 바라보는 작가와 감독의 시선도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흔히 ‘사람의 시선’에 비해 ‘카메라의 눈’은 객관적이고 냉정한 것으로 파악한다. 카메라라는 기계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나, 사물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낸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런데 사실 카메라만큼 주관적인 것도 없다. 무엇을 비출 것인가, 어떻게 비출 것인가 하는 것이 바로 작가(혹은 감독)의 시선이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책으로 박태원의 <천변풍경>을 소개하는 이유는 바로, 카메라의 눈을 따라가고 있는 작가의 시선이 너무나 따뜻하기 때문이다. 이 시선은 언제나 가난하고 약한 쪽을 보려고 애쓴다. 그들을 향해 던지는 응원의 메시지가 그 시선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단언컨대 이 따뜻한 시선이야말로 우리의 봉준호 감독이 외할아버지 박태원 작가에게 물려받은 가장 위대한 유전자일 것이다.

김은정(국어교육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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