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민낯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민낯
  • 전은주 기자
  • 승인 2022.09.22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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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국-하이터치학습실이 어디인가요?’, ‘창-B03 강의실이 몇 층에 있나요?’, ‘학교 근처 맛집 추천해주세요.’ 새 학기가 시작되면 다양한 질문들이 ‘에브리타임’을 통해 게시된다. 현재 에브리타임은 이용자가 600만에 달하여 재학생 최대 커뮤니티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커뮤니티 안에서는 익명의 기능을 악용한 혐오성 게시물과 댓글로 눈살이 찌푸려진 적도 있다.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설부터, 상대를 향한 무자비한 비방으로 오염된 문장들이 여기저기에 널려있기도 한다. 이는 특정 대학 커뮤니티만의 문제가 아니라, 각 대학 내에서 꾸준히 언급되어왔던 문제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 에브리타임 속 분위기는 어떨까. / 대학부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은 2010년 출시된 대학생 전용 애플리케이션이다. 에타 이용자는 앱을 설치함으로써 시간표 작성, 수업 일정 및 할 일 등 편리한 학업 관리가 가능하다. 그리고 같은 캠퍼스 학우들과 소통하는 익명 커뮤니티를 이용하여 유용한 대학 생활 정보를 빠르게 접할 수 있다. 익명으로 이용하는 공간이다 보니, 자신을 밝히지 않고도 자유롭게 생각을 말할 수 있는 혹은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러나 익명에 감춰져 있다는 생각으로 누군가를 비방하거나, 사실도 검증되지 않은 말들로 부정적인 여론을 조장하기도 한다.

 

에브리타임의 주요 특징

  에타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게시 글을 올릴 수 있는 특징을 가지기 때문에 게시판에 새로운 글이 올라오는 주기는 일정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우들 대다수가 에타에 접속할 때가 존재하는데, 바로 수강 신청 기간이다. 지난 학기 좋았던 강의를 추천하기도 하고, 수강을 희망하는 강의에 대해 많은 질문과 답변이 오간다. 더불어, 수강 신청 전에 미리 여러 가지의 시간표를 만들어 원하는 강의를 얻지 못했을 때의 대비책을 마련해두기도 한다. 게시판 외에도 ‘강의평가’라는 서비스를 이용해서 강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강의를 수강한 학우들이 해당 과목과 담당 교수에 대한 평가 및 시험 정보를 게시해두었기에 활용도가 높다. 정보 공유뿐만 아니라 게시판을 통해 중고 물품 거래, 분실물 습득, 고민 공유 등 대학 생활을 더 편하고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기능들이 다양하다.

  게시 글을 작성할 때는 익명 사용 유무 선택이 가능하지만, 실명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익명을 주로 이용한다. 이때, 게시 글을 작성한 사람은 ‘익명(글쓴이)’으로 표시되고, 나머지는 글에 댓글을 단 순서대로 ‘익명1’, ‘익명2’ 숫자가 부여된다. 가끔 익명을 사용하지 않고 컨셉을 맞추어 이용하는 학우도 보인다. 실제로, 자유게시판에 주기적으로 종강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알려주는 컨셉을 가지고 게시 글을 올리는 학우가 있다. 이외에도 본인의 관심사를 지속해서 학우들에게 공유하는 컨셉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들의 재치 있고 유용한 글들은 에타를 이용하는 학우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계정을 만들지 않아도 학우들이 필요에 따라 직접 게시판을 개설하여 운영할 수도 있다. 우리 대학 에타의 경우 기숙사 게시판, 소개팅 게시판, 게임 게시판, 운동 게시판 등 다양한 분야의 게시판이 개설되어 원하는 목적에 맞게 활용한다.

 

익명 커뮤니티의 민낯

  본인을 드러내지 않고도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다는 게 익명 기능의 장점이다. 그러나 본인을 알아낼 수 없다는 특징을 이용하여 상대방을 비방하는 데에 쓰이기도 한다. 이러한 특징들은 대부분의 익명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우리 대학 에타 또한 다르지 않다.

  “에타를 보면 누군가를 향한 무방비한 욕설들이나 비하 발언들이 남발해요. 그런 글들을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눈살을 찌푸리게 되어요.” 익명의 학우는 이용 시에 올바른 언어를 사용함과 동시에, 에타가 누군가를 헐뜯기 위한 공간으로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하였다. 에타 게시물 속에서 특정 성(性)과 외국인, 성소수자에 관한 혐오와 비방, 학벌 차별 등의 정서 문제는 지속해서 언급되어 왔다. 게시판 마다 관리자가 존재하지만, 이들이 하루 종일 관리할 수 없다는 걸 이용해 여과를 거치지 않은 공격적인 글들이 오랜 시간 게시판을 점유하는 거다.

  “현재 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은 대학 내 혐오 발화의 온상이자 일부의, 그렇지만 매우 강력하게 나쁜 영향력을 행사하며 대표를 자처하는 청년들의 공간이다.” 연세대학교 나윤경 교수는 대학생 커뮤니티의 혐오 표현 문제가 최근 사회 현상으로 다룰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하였다. 혐오 발언을 비롯하여 조롱성 댓글, 편향적 게시 글은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 여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실제로 불특정 다수의 악성 댓글과 공격적인 말들로 고통 받는 이들이 많다.

  지난 2020년 11월, 에타 내에서 우울을 토로하던 A 씨에게 무분별한 악성 댓글을 달아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A 씨의 게시 글엔 “죽을 거면 티내지 말고 조용히 죽어” 등의 조롱이 잇따랐다. 결론적으로, 우울증을 앓던 A 씨에게 에타 내에서의 사이버 불링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이끌게 되었다. A 씨는 유서 에서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어떻게든 처벌이 가능하다면 해주셨으면 한다.”라며 익명성을 이용한 조롱과 악플에 대해 조치를 취해달라고 언급했다. 이후 그의 유가족은 호소문을 통해 에브리타임 내 익명성 혐오 표현의 타깃이 되는 피해자들을 보호할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호소문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호할 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며 또 다른 피해자는 꾸준히 생겨나는 상황이다. 이처럼 에타를 비롯한 익명 커뮤니티의 문제점은 계속해서 수면 위로 떠오르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사건 사고가 많은 커뮤니티임에도 에타는 학우들에게 코로나19 이후 공식적인 대학 내 공론장이라 여겨진다. 비대면 활동으로 학우의 이야기를 실제로 들어볼 기회가 줄자, 온라인에서 반응을 확인하고 에타 내의 여론을 ‘대학 내의 여론’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익명이란 자기 방패가 있으니 본인의 발언에 책임감을 가지지 않게 된다. 또한 본인의 행동을 통제하는 이도 없는 덕에 여과를 거치지 않은 말들이 오가는 거다.

 

  에타는 대학 생활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꼭 시간표 확인이 아니더라도 흥미로운 소식을 얻거나, 학우들과 소통 등 각기 다른 목적으로 접속한다. 그러나 본인의 게시 글이 가져올 여파를 생각하지 않은 무책임한 태도로 비속어, 조롱, 혐오 표현 등의 언어를 사용하여 갈등을 유발하는 건 옳지 않다. 에타가 더 이상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 ‘혐오의 장’이 되는 걸 촉진하지 않길 바란다.

정유정·전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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