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속 폭력 누가 보호해 줄 수 있는가
가정 속 폭력 누가 보호해 줄 수 있는가
  • 정희정 기자
  • 승인 2022.08.17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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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의 편에 선 ‘법’, 피해자를 외면하는 ‘법’

 

  최근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가정폭력이 다루어지면서 피해자들의 아픔이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과거에 비해 가정폭력 사례뿐만 아니라 그에따른 신변 보호 요청 역시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지만, 피해자 구제에대한 법안은 여전히 부족하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무방비하게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들의 실상과, 그들을 구제하기 위해 현재 마련된 방안 등에 대해 알아보자. / 사회부

 

  가정폭력이란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으로, 자식에 대한 부모의 폭력, 부모에 대한 자식의 폭력, 부부 사이의 폭력 등이 포함된다. 이는 타 범죄보다 폐쇄적인 장소라는 특성 때문에 다른 이의 눈을 피해 은밀히 일어난다. 또, 가해자가 같은 지붕 아래 살아가는 ‘가족’이기에 보복 가능성이 두려워 외부의 도움을 요청하는 일 자체가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폭력으로 인한 피해로 고통받더라도 많은 이가 그 사실을 숨기고 살아가고 있다. 가정폭력은 근절되어야 하며, 절대적인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는 실상

   올해 6월, 경찰대학 치안 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치안행정과 지역복지행정의 연계를 통한 자치경찰제도 발전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아동·여성·노인·장애인·사회적 약자에 관한 112 신고는 모두 163만 5천 167건이었다. 이중 가정폭력 신고는 71만 1천 868건으로, 전체 중 43.5%라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신고 접수가 이루어진 가정은 동의하에 ‘가정폭력 재발 우려 가정’으로 관리받는다. 이때 각 가정은 정도에 따라 A등급과 B등급으로 나누어진다. 먼저, A등급은 3년간 입건 3회 이상·구속 1회 이상,1년간 신고 출동 3회 이상, 긴급 임시 조치신청, 보호 처분·보호 명령 결정 여부가 기준이다. 또, 3년간 입건이 2회 이상이거나 1년간 신고 출동이 2회 이상일 경우는 B등급으로 분류된다.

  이에 대해 장일식 치안 정책연구소 연구관은 “가정폭력 재발 우려가 큰 ‘A등급’ 모니터링이 2020년에 2016년 대비 9천 400건이 증가했다”라며, “가해 수위가 높아져 경찰의 기존 대응 시스템으로는 완벽한 관리와 지원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피해자를 위한 구제 방법

  가정폭력으로부터 피해자가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에는 접근 금지 사전처분과 피해자 보호 명령, 민법상 접근 금지 가처분 등이 있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물리적인 접근 차단은 물론이고 전화나 문자, 메신저 등의 모든 연락을 금지할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사는 집에서 가해자 퇴거 조치도 가능하다. 만약 가정폭력으로인한 이혼소송을 진행 중이라면, 보호 처분을 통해 가해자로 인한 2차적 피해 역시 예방할 수 있다. 이러한 법원의 보호 처분 결정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전화를 거는 등의 행위를 한다면, 별도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하는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 외에도, 폭력으로 인해 가정에서의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피해자와 그 가족을 위해 현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을 마련했다. 이는 단기보호시설·장기보호시설·외국인보호시설·장애인보호시설로 나누어지는데, 시설의 종류에 따라 최소 6개월부터 최대 2년까지 머무를 수 있다. 보호시설은 피해자의 신체적·정신적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곳으로 숙식과 상담 및 자립 자활 교육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피해 사실이 접수된 후 상담을 통해 보호시설과 연계되며,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모든 과정이 비공개로 이루어진다.

 

▒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증가하는 폭력 사례와 더불어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한 처벌 역시 문제가 되어왔다. 피해자를 지키기 위한 법률안이 마련되어 있지만, 법들이 실질적으로 그들을 구제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2022년 6월 인천에서 아내와 자녀에 대한 접근 금지 명령을 받고도 339차례 어긴 남성 A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아내와 자녀들의 신변이 수백 번 위험에 노출되었음을 생각하면 이는 굉장히 솜방망이 처벌이라 할 수 있다.

  해당 사례와 같이 접근 금지 명령을 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한 위반 사례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2월, 국회입법조사처와 경찰청은 접근 금지에 해당하는 임시조치 1~3호가 2020년 4,003건에서 지난해 6,697건으로 1년 사이 약 1.5배 정도 증가했다고 전했다.  2019년 9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완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국정 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접근 금지 명령이 내려진 사례는 총 1만 9,674건으로 집계됐다. 그중 접근 금지 명령을 위반한 사례는 모두 1,188건에 달했다. 그러나 이를 어기더라도 과태료 처분에 그치는 탓에, 제도 개선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 폭행 없는 가정폭력

  직접적인 폭력이 없더라도 가정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크게 상해를 입지 않았다면 “설마 또 반복될까?”, “무섭긴 했지만 직접 맞은 거 아니니까.”라며 넘어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나 폭력 가해자가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처음부터 폭행을 행사하는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다. 대부분 가정폭력은 직접적인 폭행이 이루어지기 전에 물건을 집어 던지고 부수는 등의 위협적인 행동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재물 손괴’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전조 현상도 정폭력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가정폭력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2호에 의하면, 상해·협박·유기·강간·추행 등의 경우 역시 모두 가정폭력으로 인정된다.

 

  가정폭력을 단순한 가정 내 다툼으로만 치부하기엔, 정도에 따라 형사 사건으로 다루어질 수 있는 만큼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이는 가장 친밀하고도 가까운 관계에서 일어나기에 피해자들을 오랫동안 정신적·물리적인 폭력에 시달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기에 가장 편안한 공간이 되어야 할 가정을 가장 불안한 장소로 만드는 가정폭력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실질적인 법 개선은 물론이고 피해자의 도움 요청에 귀 기울이는 등 우리의 사소한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정희정 기자, 정영은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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